▲전통의 방식 그대로 만든 창평쌀엿. 바삭바삭해 입에 달라붙지 않는다. 먹은 뒤 찌꺼기도 남지 않아 개운한다.
이돈삼
겨울은 유난히 추억이 그리운 계절이다. 옛날 생각도 많이 난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한번쯤 드는 게 겨울이다. 주전부리도 겨울에 많았다. 고구마는 단연 첫손가락에 꼽힌다. 화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먹던 그 맛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구워먹는 인절미도 별미였다. 엿, 풀빵, 보리개떡, 찹쌀떡도 주전부리 가운데 하나였다.
가난하기에 부족했고, 부족하기에 불편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 지독한 가난과 불편함도 그리움일 뿐이다. 옛 추억이 서려있는 '슬로시티',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으로 가본다. 창평은 겨울철 주전부리 가운데 하나였던 엿을 만들고 있는 고장이다.
오래 전, 공사장에서 주운 쇳조각이나 임무를 다한 헌책을 엿과 바꿔먹었다. 빈병이나 고무신을 가지고 가서 바꿔 먹었던 새롭다. 이 엿은 잘 붙는 특성 탓에 지금도 수험생의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로 많이 팔리고 있다. 시집식구들의 입막음용으로 이바지음식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엿의 생명은 구멍이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엿치기가 떠오른다. 누구의 엿 구멍이 더 큰지 대보면서 큰 사람이 이기는 놀이였다. 엿은 또 구멍이 있어야 보기 좋고 바삭바삭해서 맛도 좋았다. 입에도 잘 달라붙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