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등골이 얼마나 휘어야 등록금 비싸다고 할 텐가

[주장] 이기수 고려대 총장 등록금 싸다는 발언을 듣고

등록 2010.01.28 15:36수정 2010.01.2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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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6일 관훈포럼에서 "일정액수 이상을 대학발전에 기부한 사람 2-3세를 입학시켜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기부입학금을 허용해야 한다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던 고려대 이기수 총장이 이번에는 "수업의 질에 우리나라 등록금이 싸다"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임 회장에 오른 이기수 고려대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가뜩이나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1000만원 등록금 때문에 부모는 등골이 휘고, 학생들은 졸업하자 마자 등록금 빚 갚는데 젊은을 보내야 하는 고통을 전혀 헤아리지 않는 발언이다.

특히 정부가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를 도입하면서 금액 기준 등록금 상한제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평균 C학점 이상에서 평균 B학점 이상으로 적용해 미비점이 있지만 이 제도로 말미암아 부모와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가운데 등록금이 싸다고 발언은 이해할 수 없다.

이기수 총장은 우리나라 대학 수업의 질에 비해 우리나라 등록금이 싸다고 했는데 자료는 그렇지 않다. 지난해 9월 발표된 '200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교육지표'에서 한국은 미국에 이어 등록금이 두번째로 비싼 국가로 선정되었다. 수업의 질과 대학 수준이 미국에 이어 2위이면서 등록금도 2위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수업의 질과 대학 수준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와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가 선정 2009년 세계대학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 대학 수준은 명함을 내밀기 부끄럽다. 수업의 질이 높다고 한 이기수 총장이 속한 고려대는 211위였다. 200위 안에 든 대학은 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연세대뿐이었다. 100위 안에는 48위인 서울대가 유일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대학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는가.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주요 대학총장 초청간담회'에서 "정부가 등록금 올리고 제한하고 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 (대학이) 스스로 자율적으로 하는 게 좋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등록금을 제한하면 '관치'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해 학부모 등골을 휘게하고, 학생들에게 가슴에 못을 박았다.

그 고통이 아직도 가시시 않았는데 이번에는 대학교육협의회 신임 회장은 자기 학교가 세계 211위 대학이면서 수업의 질이 높다며 대학등록금이 싸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다.


1986년 대학에 들어갔다. 그 때 등록금이 45만원쯤 되었다. 정말 소 팔아 겨우 등록금을 마련해 부모 등골이 휘는 것을 경험했었다. 부모님이 등골이 휘면서 마련한 45만원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져보는 큰 돈이었다. 소매치기를 당할까 봐 보자기에 돈을 싸 가슴에 메고 옷을 겹겹이 입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각난다.

이기수 총장에게 묻고 싶다. 부모님들 등골이 얼마나 더 휘어야 등록금이 '비싸다'고 할 것인가. 학생들이 부모 등골이 휘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하는 그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줄 안 다면 등록금이 싸다는 말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등록금 싸다고 핑계대기 전에 대학 수준부터 높여라.
#이기수 #대학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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