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하락률 변동 비교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 추이를 보면 2008년말~2009년초 고점 대비 20~30% 전후까지 떨어졌으나 해당 지역의 국민은행 호가지수는 이 같은 급락세가 거의 나타나고 있지 않다. (수치 단위는 %: 고점 대비 저점 하락률. 위 언급된 아파트 면적은 전용면적. 단위는 제곱미터)
김광수경제연구소
이는 2006년 말까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뒤 추가 매수세가 뚝 끊어지자 빚을 많이 진 매도자들부터 집을 내놓으면서 실거래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들의 경우 단기간에 가격이 너무 올라 거래가 거의 끊어질 지경이어서 빚을 잔뜩 낸 가계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매물을 토해냈다. 이렇게 실거래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데도 부동산 중개업소가 불러주는 호가 위주로 작성된 국민은행 가격지수와 사기적 허수에 가까운 부동산정보업체 가격은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낸 정도에 그쳤다. 표에서 실거래가 고점 대비 하락률과 해당 지역의 국민은행 가격지수 하락률의 차이가 이 같은 양상을 잘 나타낸다. 실거래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도 지역 주민들과 부동산중개업소들이 결탁해 호가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2008년 10월 서울 상계동의 한 아파트 79m²(분양면적)형은 2억4000만 원에 현장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국민은행 시세 하한가는 3억1000만 원으로 돼 있었다. 또 비슷한 시기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106m²형은 급매 물건 가격이 6억5000만 원이었지만, 국민은행 주택 통계 사이트에서는 상한가 9억 원, 하한가가 8억 원에 올라와 있었다. 또 2008년 10월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의 한 아파트 106m²형의 경우 현장 시세 3억5000만 원에도 매수세가 없었지만, 한 사설 부동산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하한가가 4억원으로 잡혀 있었다. 가격을 낮춘 매물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시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 괴리가 너무 과도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실거래가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2006년말 이후 계속 호가 거품을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8년말과 같은 집값 급락기만큼은 아니지만 최근에도 실거래가와 부동산 정보업체의 호가 사이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지역이나 면적형별로 다르지만 그 차이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은평뉴타운 1지구 12단지 85㎡(전용면적, 이하 전용면적)형의 경우 국토부 실거래가는 2009년 10월에 4억 원에 거래가 이뤄진 뒤 거래가 끊어졌다. 하지만 한 부동산 정보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이 평형의 최저가는 5억5천만 원, 최고가는 6억 원으로 게재돼 있다. 최근 주택시장 흐름을 보자면 해당 아파트 가격은 2009년 10월에 거래된 4억 원보다 오히려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부동산 정보업체는 실거래가보다 1억5천만~2억 원 가량이나 더 높은 호가를 게재하는 셈이다. 같은 은평뉴타운 1지구 1단지 85㎡형의 경우도 2009년 11월에 4억 원에 거래된 뒤 거래가 사라졌다. 그런데도 부동산 정보업체에 게재된 가격은 5억2천만~6억 원 선이다. 은평뉴타운 1지구 13단지 102㎡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9년 12월 실거래가는 4억9천만 원에 그쳤지만, 부동산 정보업체에는 6억3천만~6억8천만 원으로 등록돼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삼성래미안 1차 아파트 60㎡형의 경우 2009년 12월에 3억9천만 원에 거래된 사례가 단 한 건 있었지만 부동산정보업체의 가격은 4억~4억2천만 원에 게재돼 있다. 또 같은 아파트 115㎡형은 2009년 11월 단 한 건이 7억4800만 원에 계약됐지만, 부동상 정보업체에 게재된 가격은 7억8천만~8억 원에 게재돼 있다.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 삼거마을 삼성래미안1차 135㎡형의 경우 2009년 10월 5억3천만 원에 거래된 뒤 거래가 끊겼지만, 부동산 정보업체 사이트에는 같은 평형의 거래가가 5억7천만~6억3천만 원으로 잡혀 있었다. 또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은빛마을 6단지 104㎡형은 4억800만 원, 133㎡형은 5억6200만 원에 각각 한 건씩 거래됐다. 165㎡평의 경우 11월에 5억8500억 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부동산 정보업체의 가격은 순서대로 각각 4억2천만~5억5000만 원, 5억5천만~7억 원, 6억8천만~8억 원으로 잡혀 있다. 실제 거래가격이 부동산 정보업체 호가의 하한선 수준이거나 하한선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한 셈이다. 그 괴리가 심한 경우 호가와 실거래가의 괴리가 1억~2억 원씩 벌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부동산 중개업소와 이들의 가격 보고를 게재하는 정보업체들의 가격 조작과 선동은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부동산정보업체는 2009년 5월부터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의 경우 2006년 고점을 회복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해당 단지의 실거래가는 여전히 고점 대비 14% 하락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이 같은 부동산정보업체의 호가를 마치 시세인 양 기정사실화해 선동하기 바빴다. 그뿐만 아니라 2009년 3~9월 사이의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서울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단지들은 여전히 고점 대비 10~30% 하락한 상태다. 그나마 서울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경기도에서는 가격 반등세가 서울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수도권 핵심 지역의 실거래가를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실거래가가 이미 고점 대비 20~30% 가량은 떨어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가격지수는 여전히 2006년 고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몇 달 동안 거래 한 건 못한 부동산중개업소, 조작 통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