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 합성동 화재 현장
KBS
남편과 이혼 한 후 혼자서 여섯 살 쌍둥이 형제를 키우던 20대 여성 가장이 돈벌이를 하느라 밤에 식당 일을 나간 사이에 불이나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사망하였습니다.
아이들은 화재 당시 소방관에게 구조되어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받았지만, 유독 가스를 많이 마신 탓에 25일과 26일 폐혈증에 따른 쇼크로 숨진 것입니다.
화재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일 오후 9시 10분께, 마산시 합성동 주택가 단칸방에서 불이나 출동한 소방차에 의해 20여분만에 진화되었지만 10평 남짓한 방안에서 놀고 있던 쌍둥이 형제가 불길에 휩싸인 것입니다.
불이 나자 출동한 소방관이 10여분 간격으로 두 아이를 모두 구조하였지만, 아이들은 이미 연기를 잔뜩 마셔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바로 인근에서 식당 일을 하던 엄마가 화재 소식을 듣고서 앞치마를 두른 채 달려왔지만, 아이들은 눈을 감은 채 끝내 깨어나지 못하였습니다.
"30분 전에도 잘 놀고 있다고 전화 통화 하였는데..."
엄마는 사고 30분 전에도 아들과 전화 통화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때만 해도 "엄마, 잘 놀고 있어요"라고 대답하였는데, 불과 30분 후에 화마에 휩싸여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편과 이혼한 후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는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식당 일을 하면서, 밥 때가 되면 집에 들러서 아이 밥을 먹이고 20~30분마다 집에 전화해 잘 있는지 확인을 해왔다고 합니다. 20대 초반 아이들이 돌 때부터 식당일을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일부러 집 근처에 식당 일자리를 구했다고 합니다.
신문기사를 보면 젊은 엄마는 "아이들이 걱정돼서, 그렇게 자주 전화하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합니다. 유독 가스를 많이 마신 아이들은 뇌와 폐에 손상을 크게 입어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이혼한 아이들 엄마는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도 받지 못한 채 쌍둥이를 키우며 열심히 살아보려 발버둥쳤다고 합니다. 쌍둥이 엄마는 식당 일을 나간 사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많이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마산시는 화재로 중태에 빠진 쌍둥이 가정에 긴급 의료비 600만 원을 지원하고,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의료비와 생계비 등을 포함해 최대 1700여만 원까지 지원하겠다는 때늦은 지원 계획을 밝혔지만 모두 허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20년 전, 정태춘이 부른 노래 '우리들의 죽음'이 또 다시...이 뉴스를 처음 듣는 순간, 20년 전 맞벌이 부부가 단칸방에 아이들만 남겨두고 일을 나가며 방문을 밖에서 잠가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영철이와 혜영이의 죽음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다섯 살 혜영이와 세살 영철이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마음 아파하였습니다.
가수 정태춘은 1990년에 사전 심의를 거부하고 발표한 '아 대한민국' 카셋트 음반에 혜영이와 영철이의 안타까운 화재 사고를 '우리들의 죽음'이라는 노래로 담았습니다. '우리들의 죽음'은 두 어린 영혼의 안타깝고 처참한 죽음 뿐만 아니라 삶의 터전을 농촌에서 밀려나와 지하 단칸방을 전전하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고발하는 정말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노래이기도 하였습니다.
IMF를 거쳐온 지난 20년,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그리고 참여정부가 들어섰고, 국민소득은 점점 늘어나고 덩달아 부자들에게는 물질적 풍요 역시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축복'이 내려지지 않는 더 각박하고 더 삭막한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