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나쁜놈, 황철웅(이종혁)의 카리스마
KBS <추노> 홈페이지
바로 영화 <놈놈놈>(김지운 감독.2008)이다. 왜일까. 비단 줄거리 때문은 아니었다. 대본이 비슷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추노>를 보며 <놈놈놈>이 떠오른 이유가 있었다. <추노>의 세 남자의 성격과 상황은 영화 <놈놈놈>의 이상한 놈(윤태구). 나쁜 놈(박창이), 착한 놈(박도원)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추노>가 조선판 <놈놈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붙을 정도였다. 사실 그랬다. 양반이란 신분을 훌훌 털어버리고 천대받는 추노꾼이 되어 언년이를 찾는 이대길은 정말 이상한 놈의 전형. 자신이 사랑했던 노비 출신의 여자를 찾아 10년 넘게 헤매는 그의 괴짜스럽기는 <놈놈놈>의 이상한 놈 윤태구를 능가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 대길과는 달리 송태하의 모습은 숭고함 그 자체 소현 세자의 셋째 아들을 구하겠다는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 따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을 괴롭히던 다른 노비들마저 정을 생각해 탈출시킨 그는 영화 <놈놈놈>의 정의감 넘치는 착한놈 박도원과 닮아 있었다. 이와 달리 권력의 앞잡이가 되어 송태하 잡기에 혈안이 된 황철웅 에게서는 <놈놈놈>의 나쁜놈 박창이의 모습이 연상됐다.
이처럼 선굵은 착한놈 송태하와 나쁜놈 황철웅의 대결 구도는 드라마 <추노>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드라마가 선, 악 구조로 진부하게 흐를 수 있다는 우려는 이상한 놈 이대길(장혁)을 통해 불식시킬 수 있었다.
이편도 되고, 저편도 되는 '깍두기' 처럼 이상한놈 이대길은 겉으론 추노꾼이 되어 노비를 잡는 '나쁜놈'이지만 뒤에선 불쌍한 노비들을 구출하는 '착한놈'. 지킬과 하이드처럼 양면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상한 놈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이대길을 통해 <추노>는 적당한 긴장감과 재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