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사적지 옆 난립하는 재건사찰 규제해야

등록 2010.01.27 15:03수정 2010.01.27 15:03
0
원고료로 응원

사적지를 답사하러 다니다가 보면 그 사적지와 멀지 않은 곳이나, 사적지 보호구역 안에 지어진 절들을 볼 수가 있다. 물론 그 땅이야 그 절의 소유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사적지의 품위에 맞지 않는 사찰로 인해, 오히려 소중한 사적지와 문화재가 가치를 잃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적지 보호구역 내 볼품없는 재건사찰

 

우리나라에 많은 사적지들을 돌아보면, 거의 모든 불교 문화재들이 소재한 곳에는 최근 새로 조성한 절들이 자리를 하고 있다. 그 절들은 문화재 주변의 땅을 매입해 절을 짓고, 흡사 그 절이 처음부터 그렇게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보이려고 한다. 물론 사적지 안에 있는 문화재들도 자신의 절에 속한 것인 양, 안내판까지 버젓이 달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사적지의 경우 설령 그곳이 개인 소유의 땅이라고 해도, 사적지의 보존을 위해 주변의 절을 지을 때는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요즈음은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아니고, 외국인들도 우리 문화재에 깊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답사를 다니다가 보면 꽤 많은 외국인들을 만난다. 그들이 문화재를 돌아보다가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절을 주의 깊게 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사적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가건물이나 보기에도 초라한 절을 지어놓은 곳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절이 초라하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화재나 사적지 보호구역 등은, 그 격식에 맞는 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외국인의 지적에 쥐구멍이라고 찾고 싶어

 

지난 1월 중순에 사적지 답사를 할 때, 우연히 외국인들과 동행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외국인들을 안내하는 분이 있어 의사소통이 쉽게 되었지만. 나름 문화재를 답사하다가 보니 얕은 지식이라도 생겨서, 그들에게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한참 사적지 경내를 돌다가 외국인 한 사람이 통역하는 분을 통해 질문을 한다.

 

"저 옆에 있는 절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냐."

"아니다. 최근에 지은 것이다."

"그런데 사적지 보호구역 안에 어떻게 저런 절이 있을 수가 있느냐."

"아마 저 절을 지은 곳은 개인의 땅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사적지 경내에 어떻게 어울리지도 않는 초라한 절을 지을 수가 있느냐."

"....."

 

그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 내가 문화재 법에 대한 식견도 없을뿐더러, 그 사적지 경내에 어떻게 절이 지어지게 되었는가를 모르기 때문이다. 나야 늘 문화재 답사를 다니면서 그런 모습을 보아왔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저 저런 절이라도 있어, 문화재 주변이 정리가 된다고 생각을 해서다. 그런데 어째서 외국인의 눈에는 저런 것이 거슬렸을까? 오히려 그런 것을 보고도, 아무 생각도 없이 지나쳐버린 나의 무관심이 부끄럽기만 하다.

 

문화재 법을 알아보니

 

문화재법을 찾아보았다. 이럴 경우 제7조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의 지정과, 제16조 관리단체에 의한 관리조항이 관련이 되어 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제7조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의 지정)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념물 중 중요한 것을 사적, 명승 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수 있다.

 

제16조 (관리단체에 의한 관리)

①문화재청장은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그 소유자 또는 관리자에 의한 관리가 곤란 또는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면 지방자치단체나 그 문화재를 관리하기에 적당한 법인 또는 단체(이하 이 조에서 "지방자치단체 등"이라 한다)를 지정하여 해당 국가지정문화재를 관리하게 할 수 있다.

②문화재청장은 제1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등을 지정할 경우에 그 문화재의 소유자가 있으면 그 의견을 들어 이를 참작하여야 하며, 지정하려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 7조와 16조에 보면 사적 등으로 지정한 곳은 소유자가 불분명하거나, 관리자에 의해 관리가 적당하지 않을 때는 법인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을 지정하여, 사적지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만일 그 문화재의 소유자가 있으면 그 의견을 들어 참작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적지 보호구역 등이 모두 개인의 소유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적지나 보물 등으로 지정된 불교문화재 가까운 곳에는, 거의가 절이 들어와 있다. 그리고 그 절에서 문화재의 관리를 위임받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것이 꼭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라도 해서 우리 문화재의 도난이나 훼손을 막을 수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해본다.

 

판례가 보여주는 개인소유의 활용

 

제7조에 대한 판례가 있다. '대법원 2000년 3월 24일 산고 98두8766 농지전용불허가분취소'를 보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라고 해도, 개인의 땅일 경우에는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다. 

 

[1] 복합민원에 있어서 필요한 인·허가를 일괄하여 신청하지 아니하고 그 중 어느 하나의 인·허가만을 신청한 경우, 근거 법령이 아닌 다른 관계 법령을 고려하여 그 인·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2] 농지전용허가에 관한 심사기준을 규정한 구 농지법시행령 제38조 제1항 제2호의 규정 취지 [3] '강화군 향토유적조례'에 의하여 향토유적으로 지정된 봉오리 돈대(墩臺)에 인접한 토지에 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농지전용허가신청에 대하여 향토유적의 보호를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이런 내용으로 보면 사적지 등의 주변에 있는 절은 거의가 개인의 소유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재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무분별한 건물을 지어, 문화재의 품위를 손상시킨다면 그것 또한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적지와 문화재 가까이 지어지는 사찰 및 개인 용도의 집들을, 문화재와 어울릴 수 있는 품위 있는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그러한 규제가 필요한 듯하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문화재를 찾아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생각이 든다. 매년 문화재를 찾는 외국인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화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꼭 외국인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적지와 문화재의 주변에는 소중한 문화재의 품위를 격하시키지 않을 만한 건축물이 들어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분별하게 가건물 등을 지어,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가 빛을 잃지 않도록.

2010.01.27 15:03ⓒ 2010 OhmyNews
#사적지 #문화재보호구역 #재건사찰 #규제 #문화재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