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부대끼는 곳이 시장이다.
오창균
등산배낭을 메고 걸어서 20분 거리의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시간이 이르거나 쌀쌀한 날씨 탓인지 시장 안은 한산했다. 이제 막 장사 준비로 물건을 내리거나 정리를 하는 점포들이 눈에 띈다. 서너 곳의 생선가게를 죽 둘러보며 가격과 품질을 비교하고 구매결정을 내린 점포에서 흥정했다.
"저녁 때쯤이 가격이 좀 싼 것 같은데 어떤가요?""그날그날 달라요. 안 팔리면 떨이도 하는데 요새는 뭐...""동태 제일 큰 것으로 두마리 토막 내지 말고 주세요. 갈치도 살건데 좀 싸게...""동태 6천원씩 받는데 두 마리 사니까 5천원에 줄게요."한쪽 팔 길이쯤 되는 큰 동태 두 마리와 중 갈치 3마리를 1만5천원에 샀다. 마트에서는 어림도 없는 가격이다. 뜨끈한 김이 올라오는 즉석 두부와 채소 등을 사 들고 집 근처 슈퍼에 들렀다. 동네슈퍼 치고는 큰 편인데 얼마 전부터 계산대의 점원 한 명이 안보이고 주인이 직접 계산을 하고 있다.
슈퍼 안의 정육점에는 주인 부부가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삼겹살의 품질이 괜찮은 곳으로 가끔 이용을 한다. 국내산 삼겹살로 주문하면서 대형상점의 가격파괴에 대한 것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당연한 답변이 돌아 올 것이기도 했지만, 속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 갈 텐데 한번 더 속을 태우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인 남자는 고기를 조금 더 준다며 저울눈금을 가리켰다. 부인은 파채를 덤으로 담았고, 돈을 건네자 서비스 쿠폰과 드링크 한 병을 건네준다. 쿠폰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피로 회복 드링크는 처음이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면서도 마음이 짠했다.
지역상권이 살려면 대형상점이 망하거나 축소되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공룡 마트들이 동네 구멍가게까지 먹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는 외면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함께 가야 해 함께 가야 해 함께 가야 해 함께 가야 해 살기 힘이 든다고 모두들 기죽으면 안돼. 어차피 우린 이미 함께 같은 배를 탔어 앞을 향해서 나가야 해 함께 가야 해...' 사랑과 평화 - 함께 가야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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