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시든 상추 큰 잎은 추위에 약한 탓인지 먼저 얼기 시작했다.
홍광석
실패의 원인은 나에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얕은 경험에 의지하여 상추는 하우스에만 심으면 산다는 잘못된 믿음이 화근이었다. 이제 겨우 3년차 되는 농부가 얼마든지 예외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2년의 경험만으로 판단했으니 정확했을 것인가? "선무당이 사람 잡고 반 풍수 패가 망신한다"는 말이 딱 맞는 경우였다.
둘째, 자연의 변화는 심하여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혹독한 추위를 예상하지도 못하고 대비하지도 못한 점이 문제였다. 농사는 자연이 반을 짓는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이들은 농사도 투기라는 말도 한다. 그만큼 인간의 힘만으로 안되는 것이 농사라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개연성을 무시하고 이중 보온장치를 생각하지 못했으니 어쩌면 실패는 자초한 셈이었다.
셋째, 그렇지 않아도 일교차가 커서 밤이면 혹한인데 내가 낮에 물을 준 것도 상추에게는 독약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위한다고 한 일이 결국 피해를 준 셈이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목숨은 순간에 가고 만다. 혹독한 추위 한 방에 목숨을 꺾었을 상추를 생각하며 내 무지를 탓할 뿐이다.
유기농 농사는 실패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래서
"최선을 다 하되 못 먹으면 할 수 없는 것" "조금 덜 먹더라도 오염되지 않는 농작물을 기르고 먹는 것"이라고 느긋하게 생각하고 산다. 아마 수익에 대한 부담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태풍, 가뭄, 홍수 등 천재지변으로 인해 목표했던 소득을 얻지 못하거나, 탄저병으로 고추농사를 망치는 것 등은 어쩔 수 없다고 접으면 되지만, 판단의 실수는 소중한 경험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마음에서 안타까움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