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구기계곡눈 녹은 물이 계곡 길을 넘쳐 그대로 얼어붙으면서 빙판이 되었다. 눈이 없는 돌길이라 아이젠을 할 수도 없었다.
박금옥
목적지는 승가사와 비봉 옆에 있는 사모바위까지다. 바람이 품속으로 파고들어 체감온도가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의 목적은 다치는 사람 없이 내려오는 것이고, 내가 다치면 다친 사람뿐만 아니라 함께 했던 사람들도 힘드니 조심하고 우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자고 한다. 열 명 가까운 사람들이 산을 오르다 말고 귀퉁이에 서서 이런 저런 모양의 스트레칭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한 것은 그날 날씨와 등산길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곡은 여름날 장마 뒤끝처럼 눈 녹은 물이 콸콸 흘러내리고 있었다. 깨진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을 보니 분명 봄을 알리는 전령사 같았으나 길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의 발밑에 묻은 물이 밟고 오르는 바위에 닿으면 그대로 얼음이 되어서 미끌미끌 했다. 거의 바위길이라서 흙 땅이 아쉬웠다. 산행 완전 초보자들을 끌고 다녀야 하는 인솔자는 "자기를 앞서지 말고, 또 맨 뒤에 처지는 사람의 발걸음에 보조를 맞춰 서두르지 말고 오르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