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고춧대가 남아 있는 새하얀 눈밭
이승철
그런데 등산복 차림의 승객들이 거의 대부분 쏟아져 내린 곳이 바로 이곳 국수역이었다. 우리 일행들은 이날 예봉산 등산을 작정하고 전철을 탔었다. 그런데 옆자리의 노인들이 모두 청계산에 간다는 말을 듣고 우리들도 청계산으로 목적지를 바꾼 것이다.
예봉산은 그동안 몇 번이나 오른 산이었지만 이곳 양평 청계산은 한 번도 오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철에서 내리자 국수역 대합실은 노인등산객들로 와글와글했다. 밖으로 나서자 왼편 큰길 인도를 따라 10여명의 등산복차림을 한 노인들이 앞장서 걸어간다, 우리들도 그들을 뒤따랐다.
큰 도로를 벗어나 역시 왼편지하도를 지나자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신촌 마을이었다. 이 마을 입구에선 청계산 등산로가 두 갈래 길이었는데 왼편길이 제1코스였고 오른편으로 올라 정자동을 지나는 코스가 제2코스였다.
우리들은 제1코스를 택했다. 신촌 마을 안길을 지나 조금 올라가자 마을 뒷동산에 서있는 커다란 소나무 몇 그루가 푸르고 청청한 모습으로 마을을 굽어보고 서있다. 전에는 채소를 재배했음직한 비닐하우스는 음식점 영업을 하고 있었다. 전철역 개통으로 등산객들이 몰려들어 음식점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마을을 지나 산자락 안으로 들어서자 트럭으로 싣고 온 등산용품을 파는 이동식 가게와 화장실이 나타난다. 오른편 산자락은 하얀 눈이 뒤덮인 공동묘지였다. 등산용품을 파는 사람에게 물으니 평일에는 노인들과 주부들이 대부분이지만 주말이나 공휴일엔 젊은 등산객들도 많다고 한다.
골짜기 길은 아직도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일행들은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 착용했다. 아이젠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거나 깜박 잊고 가져 오지 못한 사람들이 이동식 가게에서 아이젠을 구입하는 모습도 보인다. 날씨가 포근하여 눈이 녹는 미끄러운 등산길에서는 아이젠이 필수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