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처에서 공지한 '학교문건 사태에 대한 학교의 입장'
숙명여대 학생처
총학생회가 게시판을 통해 해당 사실을 알리자마자 학교 측에서도 입장글을 올렸지만 수습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학생처장 이름으로 올라온 글은 "총학생회와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 중인데 총학이 게시판에 해당 내용을 올린 것은 유감"이라면서 "학교에서 조치를 취하는 중인데 이를 언론에 알릴 필요는 없었지 않느냐"며 학교 평판의 실추를 우려했다. 하지만 분명 사건의 향배를 떠나서 피해 당사자인 재학생들에게는 알 권리가 있으며, 글을 올린 총학이나 언론에 제보한 학생을 탓하는 것은 또 하나의 언론탄압이고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총학이 해당 문건을 잠시 보여주기만 할 뿐 돌려주지 않는다"면서 "허락 없이 학교의 소유품을 가져가서 당당히 보관하는 행위는 온당치 않다"고도 썼던데, 도대체 누가 먼저 허락 없이 개인의 신상정보를 조회해서 스크랩했던가?
다행히 이러한 스크랩이 현재는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학생처는 "이는 과거 이경숙 총장 시절에 이루어진 일들로 2008년 9월에 한영실 총장이 취임한 이후 대학행정의 집행부가 모두 교체되었고, 현재의 총장과 처장들은 해당 사실에 대해 모른다"고 주장했다. 자칫 발뺌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학교에서 어찌됐든 일정하게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태도를 보여서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기는 한다.
내부고발자는 불안하다그런데 학생문화복지팀은 왜 이 문건을 만든 것일까.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기에 더 두렵다. 그 동안 학교생활을 하면서 특별히 피해를 받은 것은 없다. 학생문화복지팀에서 주관하는 장학금도 여러 차례 받아왔고 불이익이라고 생각될 만한 일은 겪은 기억은 없다.
기사를 올리면서도 내심은 불안하다. 학교에서 전화가 오지는 않을까,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용기를 내어 쓴다. 나는 본 사건의 피해자로서 진술하는 바이며 가해자는 피해자의 입을 막아선 안 된다.
학교 본부는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여 이 사건을 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물론 나도 모교가 비난받는 것이 싫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학교를 사랑하는 숙명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것이 진정 학교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진정 학교가 발전하려면 때로 더러운 고름을 짜내어 줄 필요도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나는 내 방식의 애교(愛校)가 분명 더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니까 학교, 또다시 멋대로 내 학적부를 뒤져 전화번호 찾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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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2011년 <청춘, 내일로>로 데뷔해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2021년 10월 아기 호두를 낳고 기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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