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 짱짱 3D 기술, 온라인 게임으로 간다면?

기술적 진보와 함께 콘텐츠의 올바름 고민할 때

등록 2010.01.24 16:22수정 2010.01.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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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를 향한 관객들의 열광이 3D(입체영상)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화려한 볼거리와 신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느끼고픈 기대감으로 극장을 찾는 이들. 충무로 역시 3D 기술로 제작하는 영화를 준비 중이다. 가전제품 회사들도 전용 TV를 준비 중인 3D 기술은 대중화를 앞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국내 케이블 TV 가운데엔 3D VOD 서비스 계획을 추진 중인 곳도 있다고 한다. 콘텐츠를 현실적으로 느끼고 싶은 욕구가 이러한 3D기술의 개발에 힘을 보태주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영화와 함께 대중적 놀이문화로 자리 잡은 온라인 게임 역시 3D 기술의 사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컴퓨터 그래픽 카드 '지포스'를 생산 중인 엔비디아는 신림동과 홍대입구 PC방 두 곳에 이미 '3D 비전 체험존'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하드웨어가 조건에 맞는다면 책상 앞에 앉아서 입체영상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아직까진 3D 체험이 가능한 콘텐츠가 양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의 열풍을 타고 앞으로 관련 콘텐츠들이 연달아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3D 봇물, 내용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홈 페이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홈 페이지블리자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홈 페이지 ⓒ 블리자드

3D 체험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대표적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블리자드). 그런데 이 게임은 지난 2005년 자료보강(패치 업데이트) 당시 지나친 폭력성과 선정성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실제로 이 게임을 이용하던 유저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에서는 과반수인 77.1%(2005년 경향 게임스의 자체 조사)가 15세 이용가 등급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전문가들 역시 게임 시스템과 관련하여 같은 문제를 지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후 이 게임은 현재 15세 이용가로 분류되어 서비스 중이다. 그러나 폭력성과 관련하여 지난 2009년 국감에서 또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폭력성을 띤 온라인 게임중독으로 인한 현실에서의 폐해가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명한 사건으로는 지난 2001년 온라인 게임을 모방해 초등학생 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중학생을 예로 들 수 있다. 사건 당시 범행을 저지른 중학생은 게임에 등장하는 도끼를 실제로 구입하여 날까지 세웠으며 검거 당시 50명가량을 더 살해하려고 했다고 진술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리고 최근 발생한 성남 총기난사 사건. 언론이 범인의 정신질환을 중점적으로 보도하며 상대적으로 신경 쓰지 못하고 지나친 부분이 있다. 바로 압수된 증거물들 가운데 국내 서비스 중인 1인칭 슈팅 게임에 등장하는 무기와 유사한 총기가 있다는 사실이다. 총에 붕대를 감은 것이 특징인 게임 아이템. 실제로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범인에게서 압수한 총의 형태와 비교해달라고 요청해 봤다.

 

 오른쪽 위가 범인에게서 압수한 총기. 나머지 국내 모 1인칭 슈팅 게임 캡쳐화면(왼쪽), 홈 페이지에 공개된 무기 외형(오른쪽 아래)
오른쪽 위가 범인에게서 압수한 총기. 나머지 국내 모 1인칭 슈팅 게임 캡쳐화면(왼쪽), 홈 페이지에 공개된 무기 외형(오른쪽 아래) YTN,엔씨 소프트
오른쪽 위가 범인에게서 압수한 총기. 나머지 국내 모 1인칭 슈팅 게임 캡쳐화면(왼쪽), 홈 페이지에 공개된 무기 외형(오른쪽 아래) ⓒ YTN,엔씨 소프트

 

결과는 응답한 모두가 게임에서 사용하는 무기의 느낌과 흡사하다는 의견을 전달해왔다. 때문에 경찰 수사에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범인이 게임 속 무기에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추측도 제기될 수 있는 부분. 이와 같은 끔찍한 사건들은 아닐지라도 게임과 관련해 폭력적 행동의 증가와 각종 범죄들은 우리 사회의 끊이지 않는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아 주의를 요하고 있다.

 

원시적인 행동패턴, 사고를 지배하는 부작용

 

 <드래곤볼 온라인>포스터
<드래곤볼 온라인>포스터반다이, 넷마블
<드래곤볼 온라인>포스터 ⓒ 반다이, 넷마블

지난 1월 14일, 국내업체인 넷마블은 작품이 연재될 당시 지나친 폭력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만화 <드래곤볼>을 세계 최초의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으로 선보였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21일, <드래곤볼 온라인>은 게임트릭스 전체 순위 10위권에 진입했으며 동일 장르 게임 순위에서는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자신의 아바타인 게임 속 캐릭터를 키우며 만화의 콘텐츠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는 이 게임 역시 상당 부분이 사냥과 싸움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들 가운데 자신의 아바타를 키우며 몰입하는 대다수가 단순한 사냥이나 싸움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시각효과를 구현하는 기술력을 제외하면 발전적인 모습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 이러한 게임들의 바탕에 깔린 텍스트에는 근대에서 진일보한 심층적인 사고나 성찰 등이 발견되지 못하기 때문. 오히려 단순한 대립과 사냥 등 행동패턴이 원시시대로 퇴화된 느낌까지도 지울 수 없다.

 

게임을 지배하는 세계관이 이러한 원초적인 욕구와 단세포적 사고들만 허락한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다. 타인에 대한 이해의 노력과 인정해주는 배려 등을 포함한 복잡한 사고가 결여된 거대 네트워크. 자신과 협력하지 않는 상대를 적이나 경쟁자로만 여기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단순 의성어나 말초적 감탄사 또는 욕설들을 배설하며 인생의 중요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언어나 물리적 폭력성을 포함한 게임에 대한 중독이 심화될 경우의 상황을 우려한다. 현실의 주변인들을 향해 게임 속에서 행하던 폭력을 그대로 전가하는 경우다. 특히나 정체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기에 깊은 사유를 요하는 문학이나 예술작품들과 멀어진 채 이러한 온라인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어 주변인들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은 그러한 단세포적 세계관에 영향을 받고 있는 사회 구성원도 늘어간다는 뜻이 아닐까.

 

특히나 타인과의 연대와 배려가 중심이 되던 인터넷 광장이 어느덧 개인의 입장과 욕구만 앞세운 악플 또는 욕설로 도배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실을 모방한 가상의 세계에 지배당해 현실인 우리가 그것을 모방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현장감 있는 3D 기술이 온라인 게임에 적용될 경우 콘텐츠의 내용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2010.01.24 16:22ⓒ 2010 OhmyNews
#3D #온라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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