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젊은 것들> 공동저자들왼쪽부터 박연, 박종윤(필명 단편선), 전아름
임승수
그런데, 웬 걸? 이런 분위기 싫지 않다. 하긴,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다.
한편 이들의 '중2병'이 심한만큼, 이들은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서 매우 당당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모습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왜곡되어 보여 지는 것에 매우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저는 뭔가를 낭만적으로 그리는 것이 싫습니다. 위악 떨기도 싫고 위선 떨기도 싫어요."박종윤씨는 이렇게 자신들을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말한다. 지난 20일에 있었던 <요새 젊은 것들> 출판기념회에서 공연을 했던 박종윤씨는 여자가 많이 올 것이라는 정보를 듣고 가슴이 많이 파인 상의를 준비했다고 한다. 쇄골을 자랑하기 위해서란다. 어쨌든 쇄골 작전은 성공한 듯 보였다. 솔로인 그에게 관심을 표명한 여성들이 있다는 후문이 들리니 말이다. 작년 10월 EBS 방송의 <리얼실험프로젝트X>에서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으로 전파를 탔던 박연씨는 자신의 아프리카 방문이 '기부천사'라는 식으로 너무 착하게만 포장된 것에 불편함을 얘기했다. 전아름씨는 잡지 <민족21>에서 일하면서 자신이 저지른 큰 실수에 대해 담담하게 얘기한다.
'중2병'이란 것,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키워드2] 우리는 문화로 소통해요셋 중에서 인터뷰 책을 내자고 먼저 제안한 전아름씨의 꿈은 소설을 쓰는 것이다. 박종윤씨는 음악을 생산하는 노동자로서 세상을 바꾸는 데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막내둥이 박연씨는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 걸'이라는 밴드의 보컬을 맡고 있으며 직접 곡을 쓰는데, 앞으로 문화 운동을 하고 싶단다.
"저는 요새 시를 쓰고 있어요. 시어의 직접적인 표현이 좋아요. 사람들은 시어가 말을 꼬아 놓는다고 얘기하는데, 오히려 시어의 비유적 표현이야말로 저에게는 직접적인 표현으로 다가와요. 문화운동 차원으로 학교에서 <관자놀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고요. 소설도 쓰고 싶고, 그림도 좋아해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블로그도 제대로 해 볼 계획이고요. 사진을 담고 글을 쓰는 블로그인데요. 서울에서 만나는 아이러니한 장면들을 담아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엄청 으리으리한 타임스퀘어에서 <좋아서 하는 밴드>가 노래를 하는데, 에스컬레이터는 올라가고 불이 막 반짝거리는 가운데 노래를 하는 장면을 담는 거죠."박연씨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나는 지금 여기 살아 있소'라는 말을 '문화'라는 코드를 빌려서 하고 있는 듯 했다. 시를 쓰고,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블로그를 하는 모든 문화 활동들이 자기 존재의 증명인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잡지사에 있으면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은데요. 사회과학 책으로 내 얘기를 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내 얘기를 풀어보고 싶어요."소설가를 꿈꾸는 전아름씨 역시 결국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소설, 즉 문화를 선택한 것이다.
현실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문화의 힘을 잘 보여준 애니메이션이 있다. 걸작 애니메이션 <마크로스>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린 민메이는 자신의 노래 하나만으로 젠트라디인과 지구인 사이의 전쟁을 끝내버렸다. 민메이의 노래를 통해 젠트라디인과 지구인은 서로 소통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만화와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지만, 20대의 문화가 과연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