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SLS조선지회 2010년 정기총회 현장
정선화
워크아웃을 신청한 SLS조선이 신용평가를 앞두고 노사간에 첨예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회사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채권단의 조치를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는 동의서에 서명해 달라"고 노조 측에 요청했으며, 노조는 "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는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해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소형 유조선 건조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지난 2008년 '세계 16위 조선사'와 '국내 1000대 기업 중 순이익 증가율 1위'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었던 SLS조선의 경영난은 그해 미국발 금융위기와 저가수주, 인도지연 등으로 인해 시작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7월에는 협력업체 대금을 미지급해 조선소 야드가 가압류되는 사건을 겪었으며, 이어 9월에는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 검찰수사는 수주가뭄으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던 SLS조선에 치명타를 안겼다. 검찰수사에 들어가면 시중 은행 등 채권단은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또 SLS조선의 선박 인도 연기로 수주한 선박이 취소되면서 선수금 반환 요구까지 잇따랐다. 결국 SLS조선은 심각한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달 17일 워크아웃(기업가치회생작업)을 신청함으로써 채권단이 기업회생절차를 밟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채권단에서는 SLS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채권단의 조치를 조건 없이 수용하고, 워크아웃 종료 시까지 일체의 쟁의행위나 단체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노조동의서와 노사합의서를 요구했으며, 회사와 노조는 합의서를 도출하기 위한 입장조율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사 합의가 쉽사리 이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 이유는 SLS그룹 총수 일가의 횡령혐의나 부실경영으로 닥친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되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채권단이 자금을 쥐고 있는 한 일정부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며, 이번의 노조동의서가 훗날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돌아올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물적·인적 구조조정은 단기간에 투입자금을 낮출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며, 한진중공업에서부터 시작된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가 SLS조선에도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SLS조선 직원들에게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중소조선소 유일의 민주노조이며 SLS조선 직원 900여명이 가입해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SLS조선지회(지회장 박현철)는 지난 15일 정기총회를 열고 "임금이 10% 삭감되면 10%만큼의 고통을 함께 나눌 것이고, 임금이 20% 삭감되면 20%만큼의 고통을 나눌 것이지만 그 고통이 인력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맞서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또한 △부실경영의 책임소재 명확화 △고용안정의 확보 △노동조건저하 요구에 대한 대응책 수립 등을 목표로 내걸고 회사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