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언론플레이가 아닌 법으로 이야기 해야 한다고.
나영준
- 이번 일로 일반국민들에게 '법'이란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길 듯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법을 딱딱하고 무언가를 강제한다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법의 속성 자체가 약간은 보수에 기우는 걸 인정한다. 우선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드는데 의원들 자체가 보수적이다. 또한 법은 미래를 예측해서 미리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뒤치다꺼리 하는 성격이 강하기에 세상을 앞서나갈 수 없다. 예전에는 없던 사이버 범죄가 생기니 관련 법이 만들어지는 식이다. 또 법은 장려보다는 '하지 마라'는 규제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자유를 부정하는 것에 가깝게 느껴지기 쉽다."
- 법과 그걸 다루는 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도 같다. 그렇다고 법을 모르고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을까."그렇다. 법원이나 검찰에 있는 이들이 다소 권위적인 면이 있다는 걸 인정은 한다. 업무가 그러니까…. 그렇다고 그들이 특정인에 대한 억하심정을 가질 이유는 없다. 때문에 예전같이 주눅들거나 나에 대해 적대적인 이들이라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연재기사에도 썼지만 법원이나 검찰을 욕하는 건 재판에 지고 나서도 늦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건 재판에 걸리면 법에 나온 대로 성실히 준비를 하는 것이다."
- 현재 법원에 일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기사에 전하기에 힘든 말도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내가 법원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직접 말은 못해도, 행간으로 전해주려는 이야기들이 있다. 축구심판이 파울하지 말라고 말은 안 해도, 판정으로 힌트를 전하듯이 말이다. 사실 일하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렇게 안 하면 좋을 텐데, 이러면 이길 수 있을 텐데' 하고 말이다. 그런 대비를 안 하고 무조건 '법은 억압이고 권위적이다'라고 항변하는 이들이 많다.
- 연재 당시 법원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무조건 보수적인 이로 매도하는 댓글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그랬었다. 사실 법이 바이블처럼 받들어 모실 것은 아니지만, 그 법이라도 제대로 적용한다면 활용의 수단은 될 수 있다. 그런데 법 이야기만 나오면 '규제다·보수적이다·불리하다'는 선입견을 가지는 이들이 있다. 기분이 나쁘진 않는데, 안타깝다."
석궁테러가 잘못됐다는 신념은 바뀌지 않아많은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를 전해주는 연재기사였지만, 그도 호된 비난을 샀던 일이 있다. 바로 '석궁테러'에 관한 것이었다. 2007년 초 '속 시원하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는 여론과는 달리 '판사가 양심에 따라 재판하지 않는다면 비판하라. 하지만 폭력에 굴복하라고 협박하지는 말라'라고 일갈한 기사를 게재했고, 당시 그는 숱한 비난에 시달렸다. 혹시 그때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냐고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 석궁테러가 잘못됐다는 소신은 바뀌지 않았는지."과연 21세기에 대한민국 법관이 석궁을 맞아야만 할 대상인가. 물론 자질이나 인간성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테러나 극복의 대상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 판사가 이번에 강기갑 의원에 대해 무죄를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보수냐 진보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왜 열심히 살아가는 수학자를 법원이 내쳤느냐가 아니라,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면도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거다. 그렇다고 법원이 매번 '여러분이 모르는 이런 면이 있습니다'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때문에 법원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강했나 하는 반면교사의 의미는 있지만, 법원 그 자체가 극복의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 그렇다면 법원이 앞으로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는지."개인적으로는 법원이 보다 진보적이었으면 좋겠다. 법원에 왜 이리 좌파가 많느냐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보수에 가깝다. 좀 더 다양한 판결이 나왔으면 좋겠고, 근래의 판결 같은 것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책 <생활법률 상식사전>에는 연재 당시 부족했다고 느낀 부분이 많이 반영되었는지."30~40%는 새로 추가된 이야기다. 재판을 직접 겪으면서 사람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실전 노하우랄까. 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감정적으로 판사나 직원을 대하는 시민들이 아직도 많다. 감정에 따라 판결하는 건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서 유리할 이유가 없다. 입사원서를 써도 성의있게 작성한 서류에 점수가 더 간다. 재판서류는 몇 장이 적당할지, 재판정에서는 어떻게 이야기 하는 것이 유리할지, 또 실제 판사의 조언 등이 새로 담겨있다."
- 마지막으로 일반인들이 '왜' 법을 알아야 할까?"사람들이 주식이나 경매 등을 많이 한다. 책도 보고 공부도 한다. 그 중 10% 정도 노력만 투자하면 어지간한 법을 잘 알 수 있다. 주식이나 경매가 어렵다고 안 하나? 경제적 실익이 온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투자한다. 법은 잘못되면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이 달려있을 수도 있는데, 왜 그리 소홀히 대비하는지 안타깝다. 1년에 수백만 건의 민·형사 소송이 일어난다. '나는 떳떳한데 아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안 된다. 실제 법을 알아야 경제적 불이익도 안 당할 수 있다. 적어도 고소가 무엇이고, 민사와 형사가 어떻게 다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기본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책을 엮었다."
생활법률 상식사전 - 당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전면 개정2판
김용국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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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판결, 다른 국회의원이라도 마찬가지였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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