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에서 본 동자복 큰 덩치와 머리에 비해 작은 손이 앙증맞다.
이광진
가만히 훑어보며 10여년만의 조우를 동자복에게 알린다. 가장자리를 따라 타원으로 새겨놓아 수영선수의 물안경을 보는 듯 툭 튀어나온 두 눈, 길고도 큰 코와 귀, 그와 반대로 짧은 선으로 가볍게 처리한 슬며시 웃는 입까지. 앞서 말했듯 미륵불은 변함없고 덧없이 세월만 흐른 듯하다.
시선을 아래로 내려 보면 나역시 미륵과 비슷한 미소를 짓고 마는데, 그것은 순전히 손 덕분이다. 옆면 뒤끝에서 시작된 어깨 선을 타고 내려오다 앞면에서부터 직각으로 접힌 팔의 끝에 달린 두 손은 가지런히 모아 단정한 자세인데도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
먼저는 손의 크기를 들어야겠다. 몸 전체에 견주어서도 작은 것이, 몸의 4분의 1이나 차지하는 큰 머리에 견주면 그야말로 아가 손이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오동통하게 살집이 붙은 둥근 손에 그어진 손가락의 선들까지 더해져 길창덕이나 윤승운이 그려낸 만화주인공의 손처럼 '명랑'하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1997년에 펴낸 <경남지방 장승 솟대신앙>의 설명에 따르면 "<동국여지승람>에 '만수사는 일명 동자복사로, 건입포 동안(동쪽언덕)에 있다'고 하였으며"라 하고 그밖에 몇몇 기록의 예를 더 들고 있는데, 이 글귀만으로도 원래 '만수사' 또는 '동자복사'라고 일컫는 절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동자복은 '재물(資)과 복(福)을 가져다주는 동쪽의 미륵불'이란 말인데, 그런 취지에서 본다면 이런 '명랑'한 이미지는 찾아와 비는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운 존재로 다가왔으리라.
하지만 '명랑'만으로 기도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도드라지게 튀어나와 시력 좋아 뵈는 눈이 쏘는 강직한 에너지와 두 손 맞잡고 허리 굽힌 사람의 4배나 되는 키와 덩치는 이를 만회해 주는 듯하다.
가까이 다가가면 한없이 부드럽고, 멀리 나아가면 우뚝 서서 세상을 똑바로 이끄는 그런 존재가 늘 그리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