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위-(좌) 송치수, (우) 양찬모, 아래-(좌) 김중태, (우) 이성재 교사
박병춘
송치수(44·청란여고 역사), 양찬모(40·충남여고 국사), 이성재(38·대전대성고 영어). 김중태(38·대전대성고 한문) 교사는 우리끼리 용어로 짐꾼 역할을 했다. 쌀, 라면, 어묵, 식수, 김치, 생명수(소주), 버너, 코펠 등 10명분 식재료와 필수품을 배낭 가득 짊어지고 군소리 한 마디 없이 임무를 수행했다. 그 고마움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하랴!
이틀째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하산한 홍길동(가명 57·대전 S여고 수학) 교사는 대원 중 가장 고참이다. 그는 1대간 9정맥 종주를 모두 마친, 그리고 지리산을 60번이나 산행한 가명 그대로 홍길동이다. 그는 입에서 살살 녹는 상주 곶감을 짊어지고 산행 내내 휴식 시간마다 나눠주었다. 그는 고참답게 항상 잔소리가 많다. 그 잔소리가 삶의 지혜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는 산행 중 요소요소에서 질곡의 역사 해설도 들려줬다. 나는 가끔 묵념을 해야만 했다.
큰 덩치만큼 숟가락도 엄청 컸던 이권춘(51·대전송촌고 국어) 교사는 이번 산행 중 끼니마다 대추 서너 개를 간식으로 내줬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그가 끓인 된장찌개를 잊을 수 없다. 모든 맛이 부인으로부터 왔다며 애처가 모습을 보인다.
송치수의 장모님표 김치, 권성환의 삼색 떡국, 만두라면과 누룽지, 멸치볶음, 깍두기, 잘 지어진 밥이 어우러져 우리는 단 한 끼도 거르지 않았다. 식사 때마다 나는 얄밉게도 숟가락과 젓가락만 챙겼다. 종주팀의 희생과 배려 속에 사진사로서 호강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