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배옥병 대표
남소연
- 조 사무총장은 위탁으로 가자는 것보다 학교 자율에 맡기자는 것 같다. 배 대표는 이것도 반대하는 것인가.
배 : 그렇다. 자율성이라 함은 교사, 학부모, 학생 등 모든 교육 주체의 자율성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교장의 자율성'이다. 내가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던 학교에서는 학부모 93%가 직영에 찬성하고, 운영위원들도 교장만 빼고 다 직영을 지지했다. 그런데 교장이 반대해서 위탁을 했다. 아무 곳에나 자율성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
조 : 그럼 직영을 하는 학교의 교육주체들이, 직영이 문제 있다며 위탁으로 가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배 : 벌어지지 않은 일, 예상해서 말하지 말라.
조 : 위탁에서 직영으로 가든, 직영에서 위탁으로 가든 자율인데, 왜 한쪽은 강제로 막나.
배 : '공교육 살리기 학부모연합'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공교육을 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학교 운영위에서 논의하나? 그런 것도 학교 자율에 맡기나? 급식은 그런 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조 :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은 불법이 아니다. 그런데 왜 유독 위탁급식만은 법으로 금지하나. 학부모 90%가 직영을 찬성한다고 하는데, 지지가 높으면 무조건 따라야 하나? 그럼 국민들 90%가 국회 문 닫으라고 하면 국회도 문 닫아야 하나? 고교 중에는 하루 세 끼 급식하는 학교가 있다. 그런데 직영급식 영양사들은 저녁에 일하면 수당을 150% 줘야 하니까 아침은 도시락 배달, 점심은 직영, 저녁은 위탁급식을 한다. 만약 여기서 식중독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배 : 그런 접근 방식은 아이를 중심에 두지 않는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지기 싫으니까 위탁을 선호한다. 교장들은 마치 종업원 없는 식당에서 주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처럼 사고하고 있다.
조 : 아니, 위탁급식은 불량 음식만 제공하나?
배 : 그렇다. 지금까지 검증됐다. 난 이 말에 책임질 수 있다. 통계자료도 나왔다. 난 지금까지 자의적으로 해석해 말한 적 없다. 국가 기관에서 낸 통계를 바탕으로 말하고 있다.
조 : 직영에서는 급식 사고가 안 났나?
배 : 직영은 사고가 없다고 하지 않았다. 위탁이 5.3배 많다고 했다.
조 : 위탁급식은 모두 불량이라고 하면 제대로 된 토론이 되겠나. 내가 본 위탁급식 업체는 절대 불량이 아니다. 좋은 급식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그런 기업을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건 옳지 않다.
- 위탁이나 직영이나 안전성 문제는 차이가 없다는 말인가. 조 : 직영급식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건 인지적 오류다. 직영은 1인당 한 끼 식재료 비용이 1883원이고, 위탁은 1700원이다. 차이가 나는 건, 위탁업체가 초기에 학교에 시설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자비용을 개별 학교에서 갚도록 했다. (이는 곧 급식비 인상으로 이어져 사실상) 학부모에게 부담시킨 것인데, 형평성에 어긋난다.
위탁이 저질 식재료를 쓴다는 건 인정할 수 없다. 위탁업체 식재료 공급 방법을 보면, 기업의 논리가 적용된다. 직영은 식재료를 학교 단위로 구매한다. 양파 한 단을 사도 위탁이 싸게 살 수 있다. 즉 직영과 위탁의 식재료비 차이 약 5%는 기업의 구매력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 교복이나, 체육복 공공구매를 봐라. 훨씬 싸지 않나.
배 : 위탁업체는 전문적이고 대형이라 저렴하게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건 직영도 마찬가지다. 직영급식도 학교별로 식재료 구매하지 않는다. 여러 학교가 한꺼번에 구매한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질 좋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까. 조 : 2006년 대형 위탁급식 업체에서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그래서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가 크게 나왔는데, 방금 배 대표 말을 들어보면 직영도 한 곳에서 대량으로 식재료를 공급받는다. 그럼 위험성이 높아지는 건 위탁과 마찬가지 아닌가.
아이들에게 질 좋은 식단을 제공하려면, 위탁이냐 직영이냐를 고민할 게 아니다. 식재료 비용을 현실화해야 한다. 식재료비 1700원, 1800원으로는 최저입찰제를 피해갈 방법이 없다. 직영을 하는 대부분의 학교가 최저입찰제를 하고 있다. 결국 급식비를 올려야 한다.
배 : 작년 7월 통계를 보면, 교과부가 무료급식을 지원하는 아이들은 모두 73만 명이다. 급식비를 인상하면 급식의 질이 좋아진다고? 그렇게 보지 않는다. 학교급식법은 2006년에 만들어졌지만, 나는 2002년부터 학교급식지원조례 제정 운동을 했다. 우리 친환경농산물을 아이들에게 먹이고, 그에 따른 비용 증가는 지자체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 운동의 결과로 현재 전국에서 7500여 학교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친환경 우리농산물로 급식을 하고 있다. 급식비를 인상하는 건 답이 아니다. 지자체가 지원해 그 지역에서 나오는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받으면 농업도 살릴 수 있다. 그 다음에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만들어 그곳에 계절별 표준 식단을 전달하고 식재료를 공급받으면 좋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급식비 인상이 필요 없다.
조 : 내가 급식비를 현실화하자는 건 2500원 하던 걸 4000원으로 하자는 게 아니다. 200원만 더 올리면 반찬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그리고 배 대표가 친환경 식재료를 이야기했는데, 학교 급식은 전국에서 약 800만 명의 학생이 먹는다. 이런 곳에서 친환경 쌀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보편화된 음식을 안전하게 조리해서 공급하면 된다. 친환경을 이야기하는데, 그 비용을 수익자인 학부모가 내야지 왜 세금으로 대주나. 국영으로 하면 모든 게 비효율적이다.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
"나라빚 늘었는데 웬 급식예산?" - "부자들 세금은 대폭 깎아주면서..."- 급식 직영화와 무상급식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무상급식을 하려면 먼저 급식 직영화가 이뤄져야 한다. 조 사무총장은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것인가. 조 : 그렇다. 수익자 부담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면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본다. 그래서 (국방의 의무엔) 저항이 없었다. 그러나 내 자식 밥 먹이는 문제엔 지금까지 아무 저항 없이 부모들이 돈 냈다. 내 돈 내니까 따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무상급식이 되면, '공짜 밥 먹이는데 주는 대로 먹어!' 이렇게 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의무교육 현장을 보자. 의무교육이라며 무책임하게 학생을 아무 학교에나 배정한다. 사실 진짜 의무교육이면 학생이 선택하는 학교에 해당 공교육비를 줘야 한다. 그러면 학교가 서로 학생을 유치하고 안 빼앗기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 저절로 학교가 좋아져 학원도 갈 필요가 없다. 그래서 선택제가 중요하다.
일부 사립 외고나 자율형 사립학교를 봐라. 학생들 빼앗기지 않으려고 열심히 가르치지 않나. 하지만 공립학교는 학생수가 줄어도 망할 일이 없다. 그래서 무책임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내가 어떻게 무상급식을 찬성하겠나.
배 : (웃음) 솔직히 할 말이 없다.
- 조 사무총장은 무상급식은 절대로 안 된다는데.배 : 밥 한 끼 값을 못 내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조사해 밝히고, 차별적인 급식을 하게 하는 건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그런 건 인권침해 여지도 있다. 국민에게 세금 받아서 밥값 못 내는 아이들 찾아내 시혜적으로 무료급식 하는 것보다 적절한 예산을 편성해 무상급식을 확대 실시하는 게 좋다.
왜 잘사는 집 아이들까지 무상급식 하냐고 하는데, 의무교육 아닌가. 강남 아이들에게 잘산다고 의무교육 기간에 수업료 받을 수 없지 않나. 잘살고 못살고를 떠나서, 아이들 밥 먹는 건 국가가 책임지는 게 맞다.
조 : 우리나라 1년 예산이 292조 원인데, 이 중 국민이 낼 수 있는 규모는 160조 원 정도다. 나머지는 법인세, 부가세, 특별소비세 등이다. 국가 빚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 또 빚내서 무상급식을 하자고?
직영급식을 하면 연간 6000억 원에서 약 1조 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는 무조건 영양사가 들어가야 한다. 교원 평균 연봉이 5300만 원인데, 1만 명의 영양교사를 추가로 뽑아야 한다. 기업 위탁급식을 하면 이럴 필요가 없다. 영양교사 1만 명이 추가로 공무원이 되는 셈인데... 차라리 전 국민이 모두 공무원 하자.
배 :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는 영양사와 조리사를 둬야 하는데, 조리원의 경우는 80% 이상이 임시직이다. 이들을 안정적으로 정규직화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노동을 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급식 부실화를 불러온다.
이명박 정부는 4년 동안 부자들의 세금 90조 원 깎아준다는데, 아이들 건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왜 그 정도 일을 못하나. 이명박 정부는 '삽질'하며 부자들 세금만 깎는다. 급식을 빚으로만 생각하는 건 큰 문제다.
- 사실 경남과 경기도의 성남과 과천 등은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조 : 나도 소식을 들어 알고 있다. 아이들 밥값, 정부가 대준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나. 정말이지, 예산은 국방처럼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 밥 먹는 문제는 스스로 다 알아서 해결할 수 있다. 급식에 5조 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건 정말 반대다. 무상급식 하려면 세금 따로 거둬라. 그런 식으로 정부 영역을 넓히면 기업의 영역은 사라지고 만다.
배 :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