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는 나쁘지만... '하루 한 개는 괜찮아!'

'방학' 아이들 점심 때문에 고민, '학교 부분 급식은 어떨까?'

등록 2010.01.16 15:34수정 2010.01.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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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24일부터 아이들의 겨울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는 24일부터 그리고 중1인 첫째는 28일부터 40일 남짓의 방학에 들어간 것입니다. 아이들로서는 방학이라서 좋겠지만 맞벌이 하는 우리 내외로서는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점심을 어떻게 해결해 주느냐입니다. 개학중에는 학교에서 급식을 하는 관계로 신경쓸 일이 없지만 하루종일 집에 있는 아이들의 점심을 해결하는 문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른들이야 출근해서 해결하지만 두 아이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점심상을 차려서 먹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점심반찬을 뭘 만들어 놓아야 하는지를 놓고 하루 전날 아내와 저는 곧잘 고민하곤 합니다. 아이들이 냉장고에서 꺼내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방학이라서 좋겠지만 맞벌이를 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이놈들 '점심'이 큰 고민거리인 셈입니다.

 

일기장에 속마음 써놓은, 무척이나 '양심' 있는 둘째 추정연

 

평소 아이들 간식으로 어지간해서는 패스트푸드를 잘 사주지를 않는 편입니다. 특히나 아동비만의 주범으로 알려지고 있는 피자나 햄버거 등은 그야말로 특별한 날 이외에는 사주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a  둘째 정연이의 일기장

둘째 정연이의 일기장 ⓒ 추광규

둘째 정연이의 일기장 ⓒ 추광규

하지만 한 번씩 햄버거나 피자를 사줄라치면 아이들의 입맛에 딱 맞는지 그렇게나 잘 먹을 수 없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서로 자기들 몫을 먼저 먹어치운 후 제 형제들의 몫을 식탐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곤 하기 때문입니다.

 

방학이 되다보니 둘째 아이는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방학숙제 같습니다. 며칠 전 책상에 펼쳐 놓은 일기장을 쳐다보고는 실소를 금치 못하였답니다.

 

일기의 제목이 '햄버거' 입니다. 자기 나름으로 햄버거가 좋지 않은 점을 나열해 놓았더군요.

 

물론 햄버거가 나쁘다는 논리는 엉망입니다. 자기 딴에는 햄버거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그 주재료 중 하나인 쇠고기와 관련, 그 소를 키우는데 많은 물이 소요되기 때문에 안 좋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녀석의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이 있습니다. 햄버거가 안 좋다는 논리를 펼쳐가던 둘째 정연이는 일기 마지막 부분에 가서 '우리 몸에 나쁘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하루에 1개씩만 먹으면 괜찮은 음식이다'라고 써 놓았기 때문입니다.

 

아빠한테 한 번씩 햄버거를 사달라고 조르면 '몸에 안 좋다'고 말하곤 하니까 제 딴에도 햄버거가 몸에 안 좋기는 한 것 같은데 그 논리는 모르겠고, 자기 딴에는 하루 1개씩만 먹으면 괜찮지 않는가 하는 속 마음의 표현인 듯합니다. 무척이나 '양심(?)'적 표현입니다.

 

방학중 학교에서 희망자 대상으로 부분급식 허용하면 어떨까

 

아이들을 집에 놔둔 채 맞벌이하는 부부들로서는 방학중 집에 있는 아이들의 점심 문제는 방학때면 부딪히는 공통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은 점심을 먹어야만 하고 누군가가 차려주든지 아니면 아이들 스스로 차려서 먹든지 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저희 부부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관계로 스스로 차려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몇 년 전에 비해서는 그나마 상황이 양호한 편입니다. 반찬을 만들어만 놓으면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든지 아니면 가스렌지에 끓여서도 먹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반찬거리를 장만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방학기간 내내 아이들끼리 나가서 먹을 수도 없고 결국 집에서 해결해야만 그나마 균형잡힌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제 나름으로 생각해 본다면 방학중 놀게 되는 학교 급식시설 중 일부를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즉 방학 중 급식을 원하는 학생들의 명단을 파악해서 학기중 받는 급식비를 받고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숫자가 적다면 그에 맞추어 인력을 가동하면 될 것이고 많다면 또 많은 대로 맞추어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는 학교 급식담당 인력들의 경우 방학 중에는 집에서 쉬는 관계로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분들에게도 좋고 부모들에게도 좋은, 상호 이익이 되는 게 아닌가 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는 이미 급식시설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고 인력도 준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 학교 인근에서 아이들이 다니는 관계로 점심때 잠깐 학교에 가서 한 끼를 해결한다면 그 이상 좋은 방법은 없지 않는가 합니다.

 

또한 무료급식 대상 아이들의 경우에도 방학 중에는 학교급식이 제공되지 않는 관계로 구청이나 시청에서 주는 쿠폰으로 매식을 하게 되면서 문제가 되곤 한다는데 이런 부분의 문제점도 자연스럽게 해결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학중 부분 급식 제공을 하게 되면 학교 당국으로서는 조금 일이 늘어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직 교사가 급식을 관리 감독하면 그 정도 수고는 얻을 수 있는 각종 편익보다는 적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 학교당국이나 교육청 관계자들이 한 번쯤 심도 있게 고민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맞벌이 하는 부모들로서도 방학때만 되면 아이들 점심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고 말입니다. 어쨌든 아들아! 일기장 공개해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점심 때 햄버거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1.16 15:34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햄버거 #일기장 #피자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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