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국회에서 공무집행방해와 폭력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유성호
재판부는 이날 보통의 선고 공판과 달리 1시간 이상 시간을 소요하며 검찰이 기소한 혐의를 따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사건 정황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민노당과 검찰 측이 제시한 동영상에는 민노당 로텐더홀 농성 강제해산 과정과 강 대표의 항의 과정이 면밀하게 담겨 있었다.
재판부는 우선 "지난해 1월 민노당 로텐더홀 농성 당시 국회 사무처가 본회의장 문에 부착된 펼침막을 강제로 철거한 것은 적법한 행동이 아니었다"며 "강 대표가 경위들의 행동을 막은 것은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국회는 농성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 의사일정을 논의하던 시기로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낮았고, 경호권 발동을 위한 조건도 충족하지 못했다"며 김형오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 자체를 적법 절차 요건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규정했다. 즉 펼침막을 강제철거하려 했던 국회 사무처가 공무 행위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재판부는 이어, "민노당이 당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 중이었음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경위과장이 논쟁 끝에 격분해 펼침막을 강제 철거했다"며 일련의 '국회 폭력 사태' 원인을 국회 사무처의 성급한 행동에 두었다.
재판부는 또 "17대 국회 당시에도 민노당이 같은 장소 인근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연 적 있고 민주당 등 다른 당의 펼침막을 강제로 철거한 적도 없다"며 "청사관리의 목적과 공당의 회의 간 형평성을 볼 때도 문제가 현저하다"고 지적했다.
"신문 보던 박계동 사무총장, 40초 동안 방해 받은 공무가 무엇인가" 강 대표에게 '공중 부양'이라는 오명을 안긴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항의 방문도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당시 강 대표가 강제해산에 항의하기 위해 사무총장실을 방문, 협탁을 쓰러뜨리고 원탁 위에서 발을 구른 행위에 대해 ▲방실침입죄 ▲공용물건 손상 ▲폭행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국회 사무총장은 의원들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고 국회의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것인 본연의 직무로 공당의 대표자로서 정당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사무총장실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며 방실침입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어, "박 사무총장은 당시 본연의 직무가 아닌 신문을 보고 있었다"며 "형벌법규는 엄정하게 적용해야 하는데 직무에 필요한 기사스크랩을 본 뒤 신문을 보는 행위는 보호받아야 할 공무가 아니다"고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한 무죄도 선고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강 대표가 사무총장실을 항의방문한 40초 동안 박 사무총장이 어떤 공무를 수행했는지 의심스럽다"며 "강 대표가 박 사무총장의 휴식을 방해했는지는 몰라도 공무수행을 방해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동영상에서 보듯 강 대표는 사무처의 펼침막 강제철거에 대해 일관되게 항의의사를 표하고 있다"며 "협탁을 넘어뜨리고 원탁 위에서 발을 구른 행위는 앞서의 공무집행방해 혐의 구성요건인 '폭력'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용물건 손상 혐의가 구성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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