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수목 드라마 <추노>, "언니"란 호칭이 화제가 되고 있다
KBS <추노> 홈페이지
그런데 그들의 "언니" 타령에는 이유가 있었다. 알고보니 언니는 당시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용어였다. 제작진이 자막을 통해 '언니는 동성의 손위 형제를 가리키는 조선시대 용어'라고 단어의 뜻을 밝힌 것이다.
사전적으로도 '동성(同性)의 손위 형제를 이르는 말(네이버백과사전)'이니 현대에도 언니가 꼭 여성 윗사람을 지칭하는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그렇기에 어색하긴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닌 '언니', <추노> 제작진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길 패거리의 '언니'란 표현은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매력을 준다.
만약 '형'이나 '형님'으로 호칭했으면 못 느꼈을 묘한 매력이 자리 잡고 있다. 대길의 추노꾼 무리 중, 제일 막내인 왕손이의 대사가 특히 그렇다.
"언니, 우리도 침모 하나 구합시다.""대길언니가 내말을 안 들어도 장군이 언니말은 잘 듣지 않소.""언니, 장사는 잘 됐소?""언니, 아이구 언니... 이게 무슨 꼴이유."이대길(장혁)을 향해 언니라고 말하는 왕손이는 영락없이 여성의 말투 그대로다. 대사만 듣고 있으면 여성이 하는 말인지, 남성이 하는 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그런데 곱상한 왕손이(김지석)의 언니 타령은 그렇다 쳐도, 이대길(장혁)과 최장군(한정수)까지 언니타령을 하니 재밌는 일이다.
"상놈은 나이가 벼슬이오. 앞으로도 언니 대접은 해드리지."추노꾼 패거리 중 험상궂기로 유명한 천지호(성동일)가 이대길을 향해 "나, 언니야!"라고 외치는 부분에서는 참았던 웃음이 픽 하고 터졌다. 언니란 단어가 갖는 특별함 때문일 것이다.
'언니'란 단어는 <추노>의 거친 대사를, 극 전체를 감싼 마초적인 느낌을 중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현대에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언니'란 단어를 사용해 극의 분위기를 바꾼 드라마 <추노>의 재치가 돋보인다. 단어 하나의 적절한 선택으로 드라마는 화제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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