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뷰티샵방효옥(63) 할머니가 손님 머리를 염색하고 있다.
박혜경
지난 11일 낮 서울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1층 '실버 뷰티샵'.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효옥(63) 할머니가 양 손에 비닐을 낀 채 한창 염색작업 중이다. "실장님, 캡 씌워야죠" 옆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방 할머니는 양 손으로 손님 머리 구석구석에 꼼꼼히 염색약을 발랐다.
방 할머니는 염색약으로 손 끝이 까매진 비닐장갑을 벗으며 "'미스' 때 미용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하면서 미용일을 그만 두었는데 나이 먹으면서 집에만 있으려니 무기력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단다.
"지난해 6월부터 이 일을 시작했어요. 우리 며느리도 미용일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일 시작했다는) 말을 안했죠. 나중에 얘기하니까 며느리가 '너무 좋다고, 감동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며느리하고 나중에 작은 미용실 하나 하고 싶어요. 여기서 기술도 더 연마하고요."'언제 가장 보람되냐'고 묻자, 그는 "내 손으로 한 머리가 예쁘게 됐을 때"라고 말했다. "아까 어떤 손님도 커트 후 드라이까지 해 드리자 고맙다는 말을 했다"며 "그럴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방 할머니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은 송금안(81) 할머니도 "머리 잘 한다고 해서 왔는데, 꼼꼼하게 잘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몸 아파 받았던 '발 마사지'가 '제2의 직업'으로"이발합니까? 그리 가요?"코트차림에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 한 분이 미용실에 들어서자, 방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목도리를 받아 옷걸이에 걸었다. 연분홍 가운을 꺼내 손님 목에 두르는 손길이 능숙하다. "머리가 너무 빠져 걱정"이라는 할아버지의 머리를 분무기로 적시면서도 "예, 많이 자르지 말라는 말씀이시죠?"라며 손님의 의사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한 손엔 하얀 이발기를, 다른 한 손엔 빗을 든 방할머니의 손길이 조심스레 움직였다.
방 할머니와 같은 미용실에서 발 마사지 일을 하고 계신 손순덕(67) 할머니는 발 마사지를 하게 된 계기가 본인의 질병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엔) 내가 (발마사지를) 받으러 다녔어. 다리가 아프고 관절 때문에 고생했거든. 계속 다녀 보니 좋아지더라고. 그러다가 나도 배워 남 해줘봐야 겠다고 생각한 거지. 여기 복지관 선생님한테서 배웠는데, 처음엔 발 마사지만 배우다가 나중엔 전신 마사지까지 배워서 자격증을 땄지."
손 할머니는 "손 힘 없는 사람은 (발 마사지 일을) 하지도 못한다"면서 "손님이 많을 때는 힘도 많이 들지만, 허리 아프고 어깨 결리던 사람들이 마사지 받고 나서 '선생님 다 나았습니다, 감사합니다'할 때 가장 보람된다"며 웃으셨다. 이어 그는 "나는 그래도 지금 힘이 있으니까... 나이가 더 돼서 움직이지 못하기 전까지는 이 일을 하고 싶어, 남한테 뭘 해줄 수 있는 건 좋은 거잖아"라는 말을 덧붙였다.
북카페 '알바생'은 할머니... "힘드냐고? 아직 69세밖에 안 됐어"미용, 발 마사지와 같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곳에만 어르신들이 계신 건 아니다. 카페에서 여느 젊은이들처럼 일을 배우며 '제2의 삶'을 살고 계신 분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