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 뒤차가 들이받다

사고난 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그렇게 어려웠을까?

등록 2010.01.11 10:31수정 2010.01.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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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들이받은 자동차 .. ⓒ 정현순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운전석에 앉아있던 내 몸은 앞뒤로 크게 흔들린다. 머리가 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골이 멍해졌다. '지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아무 생각 없이 신호대기를 하고 있던 내 차를 뒤에서 들이받은 것이었다. 어찌나 놀랬는지. 너무 놀라 내리지도 못하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옆 차 운전자가 고개를 쭉 빼고 나를 주시하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래도 난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멍해졌던 정신이 돌아오는 듯했다. 사이드미러로 보니 뒤차 운전자가 내린다. 조금 뒤에 나도 내렸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젊은 남성이다. 왕복6차선에 서있던 운전자들이 모두 우리를 응시하는 듯 했다.

그는 내리자마자 "급브레이크를 잡는 바람에 미끄러졌어요. 그렇게 서시면 어떻게 해요"라고 말한다. '어쭈 얘 좀 봐.내가 여자이고 나이도 좀 있어 보이니깐 지가 잘못하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안하고 되래 큰소리?' 아직도 이런 운전자가 있다니. "지금 무슨 소리 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이미 서있는 상태에서 들이받았잖아요. 오늘 같은 날 그렇게 빨리 달리면 어떻게 해요. 그리고 내가 만약 갑자기 섰다 쳐도 댁은 안전거리 미확보라는 거 몰라요. 이 차 새로 나온 지 10일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할 거예요." 그제야 젊은 운전자는 입을 다문다. 그러더니 잠시 후 또다시 변명을 늘어놓는다. 듣다듣다 "내가 운전경력18년에 무사고예요"라 하니 두 번 다시 말을 하지 않는다. 

지난 6일 자동차를 가지고 나갈 일이 있어 조심조심 운전을 하면서 신호등도 잘 지키고, 2차선에서 차선변경도 하지 않고 천천히 안전운행을 하고 있었다. 빨간 신호등이 켜지는 것을 보고 섰는데 뒤차가 와서 받은 거였다. 다른 자동차들도 신호를 보고 모두 서있는 상태였다. 그날도 길이 미끄러워 보통 때처럼 달릴 수도, 갑자기 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날은 그저 거북이처럼 천천히 가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다.

그 젊은이는 휴대폰에 자기 전화번호를 찍어 나를 보여준다. 나한테 자기 전화번호를 입력하라는 거다. 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그 전화번호를 입력할 수가 없었다. 잘못은 저쪽에서 했는데 내가 왜 그러는지. 그에게 내 전화에 직접 자기 전화번호를 입력해달라고 했다. 그는 이름을 가르쳐주고 나서도 미안하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겨우 한다는 말이 "병원에 입원하시고 싶으면 하시고 차가 망가졌으면 보험처리 해드릴 테니깐 연락하세요." 하는 것이 아닌가. "차는 괜찮은 것 같고, 몸은 하루 이틀 지내보고 특별히 어디 아픈데 없으면 다행이고." 너무 놀라서였을까? 그 당시 괘씸하다는 생각도 미처 못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정말 괘씸하다는 생각이 새삼 드는 것이다.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더 그랬나? 아무튼 그는 자신이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했는지 차에 타려고 한다.  늘 가지고 다니는 카메라가 차에 있어서 그 상황을 찍었다. 내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더니 그가 자신의 전화번호가 잘 입력이 되었는지 확인해본다면서 내 휴대폰을 다시 달란다.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나도 출발을 서둘렀다.

내게 그런 일이 생길 줄이야. 운전은 나 혼자만 잘해도 소용이 없다고 하더니 그 말이 꼭 맞는 말이란 것도 실감이 났다.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고 약속장소에 갔다. 두말 할 것도 없이 늦었다. 약속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하니 "못된 사람 같으면 머리 아프네, 다리 아프네, 허리 아프다 하면서 병원에 누워 있을 텐데. 그 사람 정말 사람 잘 만난 줄 알아야지." " 젊은 사람들은 이런 날이라고 조심하겠어. 아마 그 사람이 빨간불이라도 그대로 지나려다 자기 차 들이받았나 보다. 그런거 보면 진짜 이만한 것이 큰 다행이다. 한다.


나도 운전자 입장에서 본의 아니게 그런 사고도 난다는 것을 잘 안다. 보통 때에도 미비한 사고는 상대방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끝낼 때가 한두 번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머리의 충격이 컸는지라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도 며칠이 지난 지금 아무렇지도 않아 그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사고를 낸 그 청년이 미안하다고 말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눈길운전은 조심이란 말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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