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밑에 발간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겉면
이매진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하얀 나무와 거꾸로 가는 시계가 있는 지하의 헌책방에서 책을 읽고 그 책을 팔고 책으로 사람을 만나는 헌책방지기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크게 두 장으로 나뉜다. 출근길 신지도 않는 신발들이 신발장에 가득하다는 사실에 우울증을 겪고 난 뒤에 직장을 그만두고 '돈 안 되는' 헌책방을 차려서 꾸려 가는 이야기인 '헌책방일기'와 자신이 읽은 책의 서평으로 채워진 '독서일기'가 그것이다.
먼저 '헌책방 일기'에는 꼬마 '독서광'이었던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 오랫동안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출판사와 헌책방에서 일을 하다가 직접 헌책방을 차리게 된 사연, 자신의 책들로 책방을 채우며 책꽂이도 책상도 직접 만들던 헌책방 개업 준비, 헌책방을 운영하며 겪는 여러 가지 일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얘기되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늘 공부에 시달리는 동네 아이들, 대안학교인 '은평씨앗학교' 아이들, 일제고사거부로 해직이 된 정상용 선생, 대안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조종호 선생, 생명평화탁발순례의 도법 스님, '좋은만남교회'의 방현섭 목사, 평화와 생명을 노래하는 가수 홍순관, '작은책' 발행인인 안건모씨 등과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드나들고 이상북지기와 인연을 맺는다. 헌책방을 가득 채운 것은 헌책이지만, 헌책의 사이를 메워 주는 것은 사람이고, 그들이 품은 사연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시대에 '동네 헌책방'이 살아남는 일종의 '지침서'가 된다.
무엇을 어떻게 읽을까?책의 두 번째 장을 이루고 있는 '책 읽기, 사람 읽기'는 응암동 헌책방지기의 '독서일기'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인 이상북지기는 자기가 읽은 책만 판다고 한다. 그러니까 헌책방에서 파는 책들은 적어도 이상북지기가 먼저 읽어본 것들이며, 그의 감식안을 통과했다는 의미에서 일정한 질이 담보된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독서일기는 이러한 검안과정이 어떻게 무슨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하반기 출판계의 영웅 한비야가 자신의 책 <그건, 사랑이었네>에서 추천한 '24권+1'의 '추천도서' 중 일부는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대부분 판매 부수가 급증했다고 한다. 필자는 '한비야 도서목록'을 이미 읽어 보았지만, 그녀의 책읽기에 대해서는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다.
역시 책이란 누가 언제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감흥이 다르다. 그래서 스스로의 의문과 갈망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저자인 이상북지기도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글에서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