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향일암 일출제 행사때 전라좌수영 연사랑회가 도안한 여니(파랑)와 수니(빨강)가 밤하늘을 날아 올라 하늘길을 수놓고 있다.
최호원
겨울방학이다. 지금이야 아니지만 어릴적 겨울철이면 연(鳶) 만들기는 가장 빠질 수 없는
놀이였다.
각박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아이들이야 방학은 학원공부의 연속이지만 그 시절은 학교로부터 해방되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특히 겨울방학 때 대나무를 깎아 밥풀로 만든 연은 동심(童心)속에 젖어있던 아이들의 꿈을 연을 통해 하늘로 올려 보냈던 추억은 아련하다.
지난해 말 밤 10시 향일암 일출 행사장을 찾은 수많은 인파들의 눈은 온통 하늘로 쏠렸다. 212개의 야광 나래연이 하늘을 수놓아 장관을 이룬 것. 대장연을 앞세운 3m간격의 212개 나래연이 636m높이로 떠올라 하늘 길을 열었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연날리기는 어디에서 비롯 되었을까?
삼국사기 열전(列傳)이라는 문헌에는 "신라시대의 김유신 장군이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연을 사용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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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일암 일출제 소원성취 연날리기 행사 ⓒ 심명남
특히 지난해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종영된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에도 연이 등장해 재미를 더했다.
신하 비담과 염종이 여왕이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는 구실로 내란을 일으켜 여왕을 폐위시키려 하자 선덕여왕이 이끄는 군사들과 반란군은 명활성(明活城)전투에서 10여일 동안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밤, 하늘에서 큰 별똥이 떨어지자 이것은 바로 왕군(王軍)이 패망할 징조라 여겨 왕군은 물론 군사들이 크게 동요한다. 이때 왕군의 지휘관이었던 김유신 장군은 군사를 진정시키고 민심을 수습하고자 우인(遇人:허수아비 인형)을 만들어 그것을 큰 연에 매달아 불을 질러 하늘로 올려 보낸다. 마치 별이 하늘로 솟아 오르는 것 같이 보이게 하기 위한 위장술. 그후 "어젯밤에 떨어졌던 별이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라고 소문을 내어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아 반란군을 진압한 번뜩이는 재치는 보는 이들을 후련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