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
"국정원 직원이 이명박 후보 측 부동산 자료를 열람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검찰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에는 국정조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파헤칠 것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은 국정원 직원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를 뒷조사할 목적으로 정부 전산망에 접속했다며 연일 정치쟁점화하고 검찰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국정원이 공작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면 국정원의 국내파트 예산을 전면 삭감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국정원의 '국내파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쏟아져 나왔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원의 '민간 사찰' 의혹은 사라졌을까. 아니다. 국정원은 열 사람에게 물어도 '이전 정부보다 국내 정치 분야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에는 희망제작소의 박원순 상임이사가 국정원의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사찰과 감시,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시도한 일은 국정원법 개정을 통한 국정원 직무범위 확대다. 이 개정안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통과시기만을 엿보고 있다.
국정원은 박원순 상임이사가 사찰의혹을 제기하자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최소한 물증은 흘리고 다니지 않는 정보기관이라 자신했던 것인지 "증거 있냐"며 유치한 반격을 가한 것이다.
연이어 터진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그러나 달라진 한나라당이러한 상황에서 국정원이 다시 국내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또 터져 나왔다. 이번엔 세종시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 방침을 공식 천명하자, 국정원이 충남 공주·연기 지역주민들 속으로 들어가 세종시 원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대놓고 회유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드러내놓고 신분을 밝히며 읍·면장들을 만나 '행정도시 수정은 정부 시책이니까 협조해 달라'고 주문했다는 의혹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원안 수정에 동조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주민들이 원하는 게 뭐냐, 필요한 게 있으면 다 해 주겠다'고 했다는 연기군 지방의원의 증언까지 나왔다.
국정원(과 그 전신인 중앙정보부·안기부)의 공작정치 망령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정치개입 의혹이다. 아울러 그러한 망령의 부활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할 사안이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은 '국가정보원법 제3조(직무)와 제9조(정치관여의 금지) 및 11조(직권남용의 금지) 위반소지가 있다'며 국정원의 조직적 관여 여부 등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관련자를 문책했다거나 수사를 진행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