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연등과 금강암 벽을 장식한 청미래덩굴 열매
전용호
극락문은 다시 다리가 되어 금강암으로 건너간다. 돌계단 위로 알록달록한 연등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작은 암자 금강암(金剛庵). 지금은 집 한 채 있는 작은 암자지만 역사는 깊다. 백제 위덕왕 때 검단선사가 창건하고, 신라 의상대사가 중수하고, 고려 때는 보조국사가 거쳐 갔던 호남 제일의 관음기도 도량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여수·순천사건 때 불타버렸다. 1992년 작은 집하나 지어놓은 게 다시 암자가 되었다.
스님은 안 계시고 산행객들만 북적거린다. 암자 법당 작은 문은 기도를 하려는 사람들로 좁게만 느껴진다. 작은 암자지만 오색연등을 걸치고 사립문과 벽에 붉은 청미래덩굴과 노란 노박덩굴 열매를 걸어놓은 절집의 아기자기한 풍경에 흠뻑 빠진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
소원을 말해 봐?왼편으로 금강암을 호위하고 있는 커다란 바위가 원효대. 오른쪽으로 가파른 낭떠러지를 막아선 바위가 의상대다. 금강암을 신라의 대표적인 고승 두 분이 지키고 있는 형상이다. 의상대는 전망이 좋다. 낙안들판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바위벽으로 붉은 입술을 한 관음보살이 말끔하게 앉아있다. '마치 소원을 말해봐!'라고 소곤거리는 듯하다. 나의 소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