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하는 학생들, 이유는 '불안해서'

대학생들의 불가피한 선택, 휴학

등록 2010.01.05 17:07수정 2010.01.0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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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에 쉼표를 찍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필자 역시 대학교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할 예정이다. 대학생인 친구들을 만나면 그동안 잘 지냈느냐는 인사보다 더 자연스러운 물음이 있다.


"너, 다음 학기에 학교 다녀?"

주위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을 보면 군휴학을 제외하고도 한 학기 이상 휴학은 이미 했거나, 할 예정이다. 휴학을 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다양하다. 영어 공부하려고, 어학연수 가려고, 여행 가려고, 쉬려고.(정말 특이하게는 남자친구가 군대 가서 남자친구 복학할 때까지 휴학한다는 말도 들어봤다)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휴학할 예정인 친구 한 명은 어학연수를 준비하고 있다. 영어 공부도 공부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곳에 나가서 경험을 하고 싶다고 한다. 졸업하고 가지 않고 왜 휴학을 하고 가려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졸업하면 백수인데, 그래도 학생 때 갔다 오는 게 낫잖아."

취업난은 휴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졸업 전에 취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불안감, 그리고 취업을 위한 이른바 '스펙 쌓기'가 맞물려, 휴학이 자연스러운 대학생활의 과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찬가지로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휴학할 예정인 A씨(23)도 비슷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휴학을 안 하고 학교를 계속 다니다 보니 어느새 4학년이 되어 있었고, 해 놓은 것 하나도 없이 4학년이 되고 취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해서 일단 휴학하고 영어 공부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휴학을 하게 됐다. 졸업을 하고 미취업자가 되어 부모님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공부를 하면 심적으로 부담이 클 것 같기도 하고. 학생 신분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부모님 혹은 친인척들 눈치 안보고 편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야 공부 능률도 더 오를 것 같다는 생각에 휴학을 결심하게 됐다. 또 기업들이 졸업 예정자를 선호한다는 것도 휴학을 하고 공부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다. 지금 내 스펙으로는 취업이 어려울 것 같아서 휴학을 하고 영어공부, 자격증 따기, 대외활동 등을 통해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을 생각이다."

이어서 많은 대학생들이 휴학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일단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 외에 다른 공부를 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밤을 새며 과제를 하고 그러다 보면 기말고사를 보고 방학을 한다. 물론 두 가지를 모두 잘 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지만 아주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계속되는 취업난 속에서 대학생들은 자신의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높은 영어점수와 자격증, 학점, 대외활동 등은 이제 취업을 위한 필수요건이 되었다. 그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대학생들이 휴학을 하고 많은 시간을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투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취업에 대한 불안감뿐만 아니라 높은 등록금의 압박 또한 대학생들의 휴학을 부추긴다. 2학년 2학기를 마치고 1년 간 휴학했던 B씨(23)는 "솔직히 말하면 대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휴학을 할 계획은 있었으나 2학년을 마치고 난 후에 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면서 "부모님께서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할 것을 권하셨는데 아마 그 이유는 말씀은 안하셨지만 등록금에 대한 압박이 크셨던 것 같다. 부모님은 학자금 대출도 빚이라며 되도록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으려고 하셨다. 나도 그러한 사정을 알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도 할 계획으로 부모님의 뜻에 따라서 하게 되었다"고 휴학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휴학을 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취업 준비, 어학연수, 여행, 아르바이트 등 다양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불안감이다.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정해진 틀 안에서 주어진 것만 해내면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만 살던 우리들은 대학생이 되면서 갑작스러운 '자유'를 어떻게 누려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고등학생 때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당연한 목표였듯, 지금의 대학생들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당연한 목표가 되었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나 영어 점수 등의 '스펙'이 필요하고, 스펙이 없는 사람들은 불안해진다. 취업난과 등록금 압박이 낳는 불안감 안에서 대학생들에게 휴학은 어떻게 보면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높은 영어 점수와 자격증을 획득하고 나면, 과연 우리는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휴학 #취업난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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