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처방' 그대로 따른 간호사도 책임

대법, 의식불명 상태 빠뜨려 업무상과실치상 유죄 인정한 원심 확정

등록 2010.01.04 09:47수정 2010.01.0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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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약제를 투약하라는 내용임에도 이를 의사에게 재확인하지 않고 처방을 그대로 따라 환자를 의식불명상태에 빠뜨렸다면, 투약한 간호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S대학병원 베테랑 간호사인 K(53,여)씨는 2000년 3월 종양 제거 및 피부이식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의사가 착오로 잘못 내린 처방임에도 의사에게 재확인 없이 그대로 지시에 따라 수술 후 회복 환자에게는 사용되지 않는 마취보조제를 투약해 의식불명상태에 빠뜨렸다.

 

이로 인해 K씨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2003년 K씨에게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K씨는 "의사를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에게 의사가 한 처방의 적정성 여부 또는 약효 등을 확인한 후 투약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설령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최중현 부장판사)는 2005년 11월 업무상주의의무 위반은 1심과 같이 인정하되, 형량이 무겁다는 K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벌금 200만 원으로 감경했다.

 

재판부는 "간호사인 피고인은 수술 후 회복과정에 있던 피해자에게 수술 후에는 처방되지 않고 수술실에서만 사용되는 주사약이 처방됐으면 실수로 처방된 것인지 의사에게 확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그대로 투약한 잘못으로 피해자를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했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피고인이 의사의 지시에 의해 범행에 이르게 된 점, 평상시 간호사의 근무형태 및 업무관행,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하면 1심 형량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잘못 처방된 주사약을 투약해 환자를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혐의(업무상과실치상)로 기소된 전직 간호사 K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환자에 대해 투약 과정 및 그 이후의 경과를 관찰 및 보고하고 환자의 요양에 필요한 간호를 수행함을 직무로 하는 종합병원 간호사로서는 직무수행을 위해 처방 약제의 투약 전에 미리 기본적인 약효나 부작용 및 주사 투약에 따른 주의사항 등을 확인 및 숙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이 사건 약제가 수술 후 회복과정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는 성질이며 특히 인공호흡 준비 없이 투여되어서는 안 된다는 약효와 주의사항 및 오용의 치명적 결과를 미리 확인했다면 의사의 처방이 너무나 엉뚱한 약제를 투약하라는 내용이어서 착오나 실수에 의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음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고, 그렇다면 간호사는 그 처방을 기계적으로 실행하기에 앞서 처방의 경위나 내용을 관련자에게 재확인함으로써 위험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고인이 처방내용을 재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투약한 점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피해자의 상해 발생에 피고인 외에도 다른 사람들의 과실이 주로 작용했다는 사정이 있다고 해서 피고인의 책임을 면제할 사유가 된다고 할 수는 없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0.01.04 09:47ⓒ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업무상과실치상 #간호사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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