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와 비흡연자비흡연자 여성 뒤로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며 걷고 있다.
박혜경
흡연자들에겐 승강장이 버스 기다리면서 '한 대 피우기 괜찮은 장소'인지 몰라도 비흡연자들에겐 고역의 장소였다. 집에 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백유미(20), 백향미(21) 자매는 길거리 흡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얼굴을 찌푸리며 '싫어요'라고 대답했다.
"여기는 공공장소예요. 담배를 피울 거면 휴게실 같은 데서 피워야지..., 아니면 사람 없는 구석 깊숙이 가서 피우든가..."두 자매는 횡단보도나, 버스 승강장 등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에게 '담배를 꺼달라'고 말해 본 경험도 가지고 있었다.
"어른들한텐 못하고 친구들이나 저희 또래들한테는 말한 적 있어요. 친구들은 장난치는 줄 알고 그대로 피우고, (모르는 사람이지만 또래인) 다른 경우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안 피우는 듯) 시늉만 하다가 다시 피우죠. (그래서 말하기보단) 거의 피해요."지난해 8월초 서울시의회 남재경 의원이 서울시민 26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0.45%가 '길거리 흡연 금지처럼 더 강력한 금연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흡연자 입장에서는 공중으로 다 흩어지는데 그 정도 연기도 이해 못해주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옷에 구멍 나고, 실명도... 길에서 누리는 '불편하고 위험한 자유'원하지 않는 매캐한 냄새를 맡고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다. 더군다나 그 연기가 나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간접흡연의 유해성'에 대해 일본의 히라야마 박사가 남녀 26만 명을 대상으로 16년 간 조사한 결과, 담배를 하루 한 갑(20개비) 이상 피우는 남편을 둔 아내는 비흡연자 남편을 둔 아내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92%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길거리 흡연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다. 기자의 경우만 해도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 갔다가 담배에서 떨어진 재와 불똥에 손을 다칠 뻔한 일이 있다. 다행히 코트 소매 위로 떨어져 옷에 구멍이 나는데 그쳤지만 10살 어린 아이 손등에 불똥이 떨어진다는 상상은 끔찍하기 그지없다.
일본에서는 실제 길거리 흡연으로 인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2001년 길거리 흡연자의 담배에서 튄 불똥이 길 가던 어린아이 눈에 들어가 실명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일본은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 30만원 정도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NO" 외치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