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07년 12월28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9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1인 특별사면이 확정됐다. 이 전 회장은 지난 8월 배임과 조세포탈 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았으나 불과 4개월 만에 특별사면을 받게 됐다.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사면'이란 강한 비판 속에서도 사면을 지지하는 이들의 말은 한결같다.
이명박 대통령 : "평창이 겨울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건희 전 회장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다."
법무부 : "이건희 IOC 위원의 자격 회복을 도와 적극적인 유치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 : "이 전 회장에 대한 정부의 특별사면·복권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열망이 반영된 것."
김진선 강원도지사 : "이 전 회장은 겨울올림픽 유치는 물론 국가 브랜드 제고 및 국제 외교 역량 강화에도 기여할 것."
뉴라이트전국연합 : "사면권 남용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스포츠 외교와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
즉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란 '국익'과 '국민의 염원'을 위해 전 국제올림픽위원(IOC)인 이 전 회장의 활동이 필요하고 따라서 그를 사면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올림픽 유치'란 것은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근본가치'보다도 우선하게 된다.
스포츠 이벤트에 얽힌 신화를 넘어서야그렇다면 '올림픽 유치'란 정말로, 그렇게나 중요한 것일까?
특별사면에 반대하는 목소리에는 '법치'와 '민주주의'가 언급된다. 하지만 '올림픽 유치' 자체에 대한 의문제기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사면에 찬성하는 이들이나 반대하는 이들이나 머릿속엔 "올림픽 유치=경제성장=좋은 것"이란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믿음은 우리 사회에서 거의 신화처럼 굳어져 있다. 그러하기에 올림픽 유치란 포장된 대의를 내세우며 법치를 뭉개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며, 그런 사면엔 반대하면서도 올림픽 유치 자체에 대한 의문제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질문을 새롭게 던져야 한다. "올림픽은 당연히 중요하다"란 전제에 "올림픽은 과연 누구에게 중요한가?"란 질문을.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논문 '스포츠메가이벤트와 경제효과: 그 진실과 허구의 재구성'에서 "유치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집단은 지역주민이 아닌 토건 및 개발업자 등 기득권층에 한정될 뿐"이라며 '올림픽 유치=경제성장=좋은 것'이란 신화적 믿음에 일침을 놓는다. "스포츠이벤트에 대한 긍정적 믿음들은 일종의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올림픽 유치에 대한 긍정의 목소리에만 익숙한 우리의 귀엔 정 교수의 주장이 껄끄럽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특별사면과 같은 기가 막힌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스포츠이벤트에 대한 신화 역시 넘어서야 한다.
정 교수는 오랫동안 <프레시안> 기고와 논문, 저술을 통해 그 신화에 줄곧 '맞짱'을 떠온 지식인이다. 그와의 마주침을 통해 이번 특별사면에 얽힌 새로운 생각거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 유치는 정말 국익인가? 진정 국민들의 열망인가? 절차야 어찌됐든 이 전 회장은 올림픽 유치에 큰 힘을 보탤 것인가?
이건희의 올림픽 유치활동?... 오히려 국위 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