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희씨가 받은 감사장, 임명장 등..
정현순
작가가 꿈이었던 문학소녀, 내 삶의 주인이 되고싶어 미용을 시작하다
"제가 미용을 배우기 전에는 책읽기를 좋아해서 작가나 문학평론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대학을 포기하고 22살에 미용기술을 배우게 되었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고 모두가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 속 기구한 여자들의 일생을 보면 대부분 자기 삶을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때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 등공예 박공예 등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것은 경제성이 없잖아요. 그래서 기술을 배워 빨리 독립을 하고 싶었어요. 1988년 미용자격증을 따고 취업을 했어요." 그의 집은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 직장은 영등포, 왕복 4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 하루 12시간 일하고 한 달에 두 번 휴일, 월급은 6만원. 새벽 6시30분에 나와 직장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가면 밤 11시. 그런 생활을 3년을 했다. 그야말로 별보고 나오고 별보고 들어가는, 집에서는 잠만 자고 나오는 그런 생활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각 한 번, 결근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대로 쓰러져서 죽어도 좋다'라는 각오로 미용기술을 배운다. 그것은 그에게 꿈과 희망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주인이 보약을 다 지어주었을까.
결혼 3년 만에 다시 시작하게 된 미용, 또 다시 그만두게 된 미용그렇게 꿈 많던 여인에게 어느 날 나타난 한 남성이 끈질기게 구혼한다. 그는 그 남성에게 나와 결혼하고 싶으면 1년 안에 대기업에 취직하라 했고 그 남성은 진짜 1년 후에 대기업에 취업했다. 서 원장은 약속대로 결혼한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인 남편을 위해 그는 결혼 후 3년 만에 다시 미용 일을 시작했다. 4살 된 아이는 걷게 하고 백일 된 아기는 등에 업고, 집은 사글세로 돌렸다. 나머지 돈으로 시흥시에 자리를 잡고 미용실을 개업한다.
남편은 주경야독에 돌입하였고, 서 원장은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나섰다. 두 부부의 그런 노력 덕에 남편은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서 원장의 머리 만지는 솜씨가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미용실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보통 2시간은 기다려야 차례가 올 정도로. 주말이면 더 바빠진 그. 남편은 그런 서 원장 대신 집안살림이며 육아, 집안 대소사 등 모든 일을 도맡아야 했다. 또 아내와도 시간을 가질 수가 없게 되자, 남편은 서 원장에게 미용실을 그만두기를 바랐고, 서 원장은 많은 갈등 끝에 미용실 문을 닫는다.
그렇게 바쁘고 돈을 잘 벌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집에 들어앉으니 우울증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좋아하는 독서도 하루 이틀. 그는 미용학원강사로 방향을 바꾸어 다시 미용일을 시작한다. 자기 꿈이 생각났고, 이루고 싶어졌고, 새삼 성공이란 것도 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 것이다. 잠시 쉬면서 그런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