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구유,절구통, 물확구유는 수도물받이로, 절구통은 유리를 덮어 마당에서 티 테이블로 쓰다가 지금은 수석 한 점 올려놓고 본다. 물확에는 수생 식물을 키운다.
홍광석
그 뒤로 나는 슬금슬금 석질이 좋고 모양이 아름다운 절구통이며 돌확, 돌구유를 구입하여 마당을 채우기 시작했다. 더러는 아내와 함께 가서 고르기도 했는데 그러는 사이 아내 역시 민속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연대를 따질 줄도 알게 되었으니 옛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10여년이 흐르다보니 맷돌은 마당의 징검다리가 되었고 석등, 절구통, 확, 구유, 그 밖에 다듬이돌이며 돌화로까지 수십 점의 돌이 집안과 밖을 채우는 꼴이 되었다.
3년 전부터 숙지원 조경을 하면서 확과 절구통, 구유 등 몇 점은 그곳으로 옮겼기에 광주 집의 돌 식구는 단출해졌지만 아직도 마당에는 몇 점의 돌이 물양귀비 등 수생식물을 키우는 작은 석지(石池)로, 또 화분을 올려두는 탁자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돌이란 나무처럼 사계절 따뜻한 물건은 아니다. 그렇지만 돌로 된 생활용품은 단단한 특성 때문에 인간의 삶속에 뗄 수 없는 물건이었다. 구석기 시대의 타제석기, 신석기시대의 마제석기가 아니더라도 불과 수십 년 전까지도 우리 서민의 삶속에 절구통, 돌확, 맷돌, 다듬잇돌과 돌화로 등은 필수품이었다.
내가 어린 시절 고향집에서는 맷돌로 보리를 갈았고, 떡판에 떡메를 쳐서 떡을 만들었다. 할머니는 풀 먹인 무명베 적삼이며 이불호청을 다듬잇돌에 놓고 다듬이방망이를 도닥거렸다. 저녁 무렵이면 돌확에 겉보리를 넣고 손에 잡히는 작은 확돌로 문지르던 어머니를 볼 수 있었다. 한 겨울이면 작은 돌화로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벗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