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피에르교회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성 피에르 교회, 종교개혁자 캘빈이 자주 설교했던 이 교회는 설교대가 현대의 일반교회 설교대보다 훨씬 높다. 종교개혁가들은 목사들의 설교는 신의 목소리를 전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설교대를 높혀 놓았다. 이러한 입장은 한국교회에서 왜곡되어 목사들을 신처럼 군림하도록 했다.
성피에르교회
결국 목회자의 절대적 권위를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대다수 교인들은 목사들의 말씀과 기도가 아니면 천국에 가거나 부자가 되거나 성공할 수 없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 수천 명이상 교인을 거느린(?) 대형교회 목사들은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으로 교회를 성장시켰다는 오만에 빠져있으며 이 상태가 되면 교회 내 어떤 세력도, 심지어는 장로그룹도 담임목사를 제어할 수 없게 된다. 혹시라도 담임목사에게 반기를 들 경우 예배시간에 공개적으로 '사탄', '빨갱이'라는 저주스런 설교를 들어야 하며 얼마 후면 교인들의 이름으로 교회에서 축출되고 만다.
결국 교회는 대부분 담임목사 지지자로 채워지며 이 정도가 되면 담임목사는 교회 안에서 중세의 영주처럼 교인들 위에 군림할 수 있게 된다. 중세의 영주가 국왕이나 다른 영주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배타적 권력을 가진 것처럼 교회를 장악한 카리스마형 목사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발언을 해도 신처럼 면책특권을 받은 존재로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2] 세상을 선과 악으로만 나누는 이분법적 세계관한국목사들의 망언이 잦은 또 하나의 이유는 세상을 선과 악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세계관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이라크전쟁을 벌이면서 선과 악의 싸움으로 설명했듯이 한국의 많은 목사들은 예수를 믿는 자신들은 선의 세력이고 그 외에 불신자들은 악의 세력으로 간주한다. 이들의 영향으로 거리에서 전도하는 개신교인들이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세계관은 상대방을 완전히 멸망시켜야 생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기원전 10세기 이전 부족신 개념에 머물던 유대교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 받은 것이다. 구약성서에서 유대인의 신인 야훼는 여러 차례 이스라엘에게 적대적인 아말렉이나 블레셋(오늘날의 팔레스타인)같은 부족은 여자들은 물론 어린아이까지 씨를 말리라는 오늘날로 보면 인종청소에 가까운 명령을 서슴없이 내렸다.
그 때에 주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오늘의 승리를 책에 기록하여서,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하고, 여호수아에게는, 내가 아말렉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없애서, 아무도 아말렉을 기억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한 나의 결심을 일러주어라."(출애굽기 17장 14절)"너는 이제 가서 아말렉을 쳐라. 그들에게 딸린 것은 모두 전멸시켜라. 사정을 보아 주어서는 안 된다. 남자와 여자, 어린아이와 젖먹이, 소 떼와 양 떼, 낙타와 나귀 등 무엇이든 가릴 것 없이 죽여라.'"(사무엘상 15장 3절) 또한 신약성서 마지막 부분인 '요한계시록'도 한국의 목사들에게는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요한계시록은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제국에게 당하는 박해를 위로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저술된 것임에도 많은 목회자들은 종말의 때에 천년왕국이 도래하며 이때에 예수가 기독교인들은 천국으로, 불신자들은 영원한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내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성서해석은 단세포적인 것으로 어떤 지성적 판단이나 합리성이 필요하지 않다. 도덕과 윤리, 선행에 대한 판단이 없이 오로지 예수를 믿는 자만이 선한 사람이며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강조하는 목회자들의 입장에서 승려를 포함한 불교도나 다른 종교인들은 심판의 대상이자 지옥에 들어갈 존재로만 보일 수밖에 없다.
일부 교회의 '신주주의' 궤변론 사라져야 이처럼 많은 목사들이 세상의 왕인 것처럼 교회 안팎에서 망언과 폭언을 일삼고 다닐 수 있는 것은 같은 류의 목사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자기 최면에 걸려 신 외에는 어떤 누구도 자신들을 심판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민주화와 시민사회의 성장으로 사회 각 부문에서 권위주의가 청산되고 있음에도 오히려 이들은 교회는 민주주의가 아닌 신주주의(神主主義)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자신들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교인들은 여지없이 숙청(?)하고 있다. 그리고 내세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용해 있지도 않은 귀신을 쫓아낸다며 무당을 방불케 하는 의식을 진행하며 헌금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헌금은 교회가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한국교회에 희망이 없는 것은 최소한의 양식과 지성,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폭군처럼 행동하는 정말 무례하기 짝이 없는 목사들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목사에 대한 권력과 은총이 이 세상에 종으로 와서 가장 낮은 자에게 헌신했던 예수의 이름으로 부여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한국교회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그런 목사들이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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