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원자력 '양면성'보도해야

등록 2009.12.28 18:25수정 2009.12.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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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을 따냈다. 규모는 400억달러(47조원)이 넘는 엄청난 액수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주 전날 UAE 아부다비를 직접 찾았다. 이 대통령은 수주가 확정된 후 기자회견을 열어 "입찰 과정에도 세계 최대의 원전 국가인 프랑스와 미국, 일본 컨소시엄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기울였다"면서 "이제 우리는 미국과 프랑스, 일본, 러시아와 함께 세계 나란히 어깨를 겨룰 수가 있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우리 언론들도 원전 수주가 확정되자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27일 방송 3사 첫 기사를 보면 MBC <뉴스데스크>는 'UAE 원전 수주 성공',  KBS <뉴스9>는 '한국, 47조 원 규모 UAE 원전 수주', SBS <8시뉴스>는 "47조 'UAE 원전 수주'… 단일계약으로 사상 최대"라는 제목이었다.

28일자 주요일간지도 1면에 원전 수주를 실었다. 경향신문 <400억달러 UAE 원전 수주>,동아일보 <47조원 UAE 원전 따냈다>조선일보 <400억달러 '한국 원전' UAE 수출>중앙일보 <400억 달러…한국, UAE에 원전 판다>한겨레 <47조원짜리 UAE 원전 수주>한국일보 <47조!…해냈다, 한국형 원전 첫 수출>로 1면을 장식했다.

먼저 30년 이상을 원전산업에 땀을 쏟은 연구자들과 관계자들에게 먼저 축하한다. 그들 노력이 없었다면 이번 성과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마지막까지 외교 노력을 힘을 다한 것도 인정한다. 400억달러는 분명 우리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거의 모든 언론이 1면 머리기사와 주요뉴스 첫 기사로 내 보낸 이유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타깝게도 이번 원전 수주를 마냥 기뻐만 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UAE 원전 수주 기자회견에서 "지금 세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 각국의 준비가 한창이라"면서 "지난 코펜하겐에서도 이야기가 있었습니다만 이런 기후변화에 대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주목받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럼 이 대통령 말처럼 원자력이 기후변화에 대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까? 이명박 정부는 원자력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청정에너지라고 주장한다. 이명박 정부 말처럼 원자력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산화탄소만 배출하지 않는다고 청정 에너지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화석연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원자력은 '방사성폐기물'을 배출한다. 우리나라는 방사성폐기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 방사성폐기물 처리 장소 선정 역사를 보면 이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알 수 있다.


1990년 안면도를 지정했지만 주민들 반대로 무산되었고, 1993년 전남 장흥과 경남 고성이 후보지로 떠올랐지만 주민들 반대로 무산. 1994년에는 굴업도가 선정되었지만 지질이 활성단층으로 밝혀져 포기했다. 그리고 지난 2003년 '부안사태'를 경험한다. 부안사태는 전라북도 부안군 김종규 전 군수가 2003년 7월 14일 산업자원부에 핵폐기물처리장을 신청하면서 시작되었다. 등교거부, 총파업, 해상시위, 촛불집회로 이어졌고, 급기야는 경찰병력 7천 500명이 투입되는 일까지 일어났었다.

부안주민들이 위도에 핵폐기물처리장을 반대한 이유는 분명했다. 방사성폐기물은 지금 당장 우리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에게도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자신들에게 수천억원이 주어져도 후손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것을 물려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뿐인가 원자력발전은 냉각수를 바다로 흘러보낸다. 바다로 흘러 보낸 냉각수는 바다물 온도를 높일 것이고, 바다 생태겨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눈 앞에 엄청난 혜택이 떨어졌다고해서 무조건 좋아할 수만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우리 언론들은 UAE 원전 수주가 400억달러짜리에만 홍보할 뿐, 원자력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또 다른 면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28일자 <한겨레>만이 '원전 수출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 사설에서 원전 수주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보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원전 수출은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싹부터 자를 위험이 크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가 요즘 세계인의 주목을 받자, 정부는 원자력발전이 '녹색 에너지원'인 것처럼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으로 볼 때, 원전은 결코 바람직한 에너지원이 아니다. 원전에서 쏟아져나오는 냉각수는 주변 환경을 황폐화시킬 위험이 있고, 원전 폐기물은 당대는 물론 후대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이런 위험들을 비용으로 계산할 때 '원전의 경제성'은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한겨레> '원전 수출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2009.12.28)

400억달러 원전 수주를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이라면 원자력이 가진 양면성을 함께 보도해야 한다. 우리가 UAE원전 수주가 가져다 줄 경제효과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선진국은 원자력보다는 다른 대체 에너지 발굴이 발벗고 나섰음을 명심해야 한다.
#UAE원전 #핵폐기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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