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역으로 출연한 출연자들과 함께, 가운데가 이은주(88) 명창
이승철
지난 주말인 12월26일 저녁 7시,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국립국악원 예악당은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중들로 가득했다. 좌석이 모자라 입석손님들까지 받았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 없이 공연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공연은 중요무형문화재 57호인 경기민요 명창 이은주(88)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소리극 '은주이야기'였다. 관중들은 대부분 우리 국악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과 함께 명창 이은주의 문하생들, 그리고 그들로부터 국악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연은 먼저 명창 이은주가 어린 시절 민요를 좋아하여 관심을 갖고 민요를 부르다가 엄한 아버지로부터 매를 맞고 혼나는 장면부터 시작되었다. 경기도 양주 땅에 사는 14세의 아직 어린 은주는 민요를 좋아하여 이웃집 축음기에서 들려오는 민요를 따라 배우며 경기민요에 푹 빠져든다.
그러나 당시 우리 민요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시각과 나쁜 편견 때문에 아버지는 딸이 민요를 부르는 것을 매우 못 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민요에 대한 강한 애착심과 집념을 버리지 못하는 딸을 이해하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보퉁이 하나를 손에 들고 밤에 서울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