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솥밥 누룽지. 직접 긁어먹는 재미도 쏠쏠한데, 입안 구석구석을 즐겁게 해서 더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조종안
오랜만에 반가운 지인을 만나서 그런지 곱이 꽉 차고, 부드럽고, 고소한 한우 소곱창과 소주가 입에서 어울리는 맛이 오묘하게 느껴졌다. 술잔이 몇 차례 돌아가니까 돌판 위에 있던 곱창이 몇 개 남지 않아 자리가 끝나나 보다 했다. 그런데 형님이 곱창전골(중 1만6천원)을 주문했다.
조금 있으니까 팔팔 끓는 곱창전골이 그릇에 가득 담겨 나왔다. 보기만 해도 푸짐했는데, 국물을 한 수저 입에 떠 넣는 순간 '아하, 여기에 맛집이 숨어 있었구나!'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가 부실한데도 맛에 정신이 팔려 건더기를 모두 꺼내먹었으니까.
불황이 깊어지면 미니스커트가 유행을 탄다고 했는데 살기 어려운 지금보다 좋았던 옛날을 그리워하는 복고 지향적인 심리 때문일까. 참새구이와 포장마차를 상징했던 곱창이어서 더욱 맛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곱창은 '추억' '옛날' 같은 수식어가 자주 따라다니는 음식 이름이다. 그래서인지 복고풍으로 장식한 실내 분위기는 곱창전골 국물을 더 진하게 해주었고,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옛날 사진들은 얘깃거리를 만들어내면서 소주와 곱창을 더욱 당기게 했다.
"뻥곱창 쥑여줘요!"여사장은 무척 친절했는데 시원시원하고 미인이어서 술과 음식이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외환위기 때 남편의 부도로 살림이 어려워지자 직접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는데 10년 전 아는 언니의 도움으로 곱창집을 시작했다고.
여사장은 돼지곱창은 양념 맛이고, 소곱창은 곱에 들어 있는 톱톱한 국물 맛이라며 국물을 '엑기스'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정성 들여 맛있게 한다는 얘기가 되겠는데, 자신은 전문가가 아니고 아마추어라며 겸손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는 '뻥코 곱창'의 소 곱창전골에는 '양, 막창, 허파, 염통, 홍창, 곱창부위'가 들어가는데, 그렇게 들어가야 국물이 톱톱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감돌면서 진국을 맛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국물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칠맛과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열심히 심부름하는 미인 아가씨에게 "'뻥코 곱창' 간판이 정겹고 재미있고, 곱창 맛도 좋은데 진짜 한우입니까?"라고 물으니까 잠시 멍하고 바라보더니 "그람요, 뻥곱창 쥑여줘요, 뻥 아니라요!"라고 하는데 잠시 헷갈렸다. 알아봤더니 중국에서 온 아르바이트 학생이라고 했다.
음식 주문도 지혜가 필요해 대부분 애주가는 곱창을 안주로 소주 몇 병 마시고 그냥 일어난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곱창전골을 하나 시켜서 얼큰한 국물로 속을 달래보시라. 속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과식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먹는 지혜를 짜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