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시상식이 시작됐다. 한 해를 정리하며, 공을 세운 이들에게 보답을 하고 각 분야의 축제의 장이라 할 수 있는 시상식 말이다. 하지만 매년 열리는 시상식은 '나눠주기' 식의 수상으로 빛이 바랜 지 오래다. 그래서 매년 열리지만 시청자들에게 지지를 받는, 또 권위 있는 시상식은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한 우려 속에 올해도 어김없이 시상식이 시작됐고, 첫 주자로 토요일 KBS <연예대상>이 열렸다. 하지만 이번 시상식에서는 다행히 나눠주기 식의 관행을 찾아볼 수 없었고, 수상한 사람도, 수상하지 못한 사람도 모두 주인공이 되었다.
진정한 수상자, 리얼 버라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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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 2연패를 거머쥔 강호동은 다시 한 번 리얼리티의 대세를 확인시켜주었다. ⓒ kbs
▲ 대상 2연패를 거머쥔 강호동은 다시 한 번 리얼리티의 대세를 확인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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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KBS 시상식은 비교적 대상자 선정에 있어 공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그맨 황현희가 우스갯소리로 던졌던 "예능에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처럼 이번 수상은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리얼 버라이어티 부문에선 남다른 고생을 한 사람들이 상을 받았다. <1박 2일>에서 대상과 우수상, <남자의 자격>에서는 최고 엔터테인먼트 상을 탔고 <천하무적 야구단>에서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와 팀워크 상을 수상했다.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 말을 입증해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 KBS에서는 <개그콘서트>와 같은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도 인기가 있었지만 당연히 리얼 버라이어티가 강세였다. 마라톤을 통해 감동을 선사하며 상대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와 박빙의 승부를 겨루는 <남자의 자격>과 모진 추위에도 대한민국 곳곳을 누비며 예능 강자를 굳건하게 지키는 <1박 2일>, 사회인 야구단으로서 자신들의 꿈을 위해 노려하는 <천하무적 야구단>은 KBS 예능의 주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KBS 연예대상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멤버들이 상을 탄 것에 대해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이리라.
특히 리얼 버라이어티의 강자를 이끌어 낸 강호동이 대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수상으로 2연패를 달성한 강호동은 <1박 2일>을 몇 년 동안 이끌면서 남다른 리더십을 발휘했고, 단단한 팀워크가 형성되는 데 일조했다. 그런 모습들이 이번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것이다.
물론 <개그콘서트>의 주역도 상당부분에 걸쳐 수상했지만 이번 KBS <연예대상>의 진정한 수상자는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특별 무대로 축제 분위기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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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매 다운 재치 넘치는 특별무대로 분이기를 한층 업시키며 축제로서의 면모를 발휘했다. ⓒ kbs
▲ 개그매 다운 재치 넘치는 특별무대로 분이기를 한층 업시키며 축제로서의 면모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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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 시상식이 남다른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축제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시상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특별무대는 시상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이번 시상식은 단순히 기존의 것을 반복하기보다는 오랜 시간을 투자해 준비한 듯 패러디 댄스부터 콩트까지 다양했다.
<개그콘서트> 출연진 중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아브라카타브라의 안무를, 신봉선과 한민관은 '내 귀에 캔디'를 '내 귀에 간디'로 부르며 재치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여기에 <1박 2일>팀은 씁쓸한 인생을, <개콘의 남보원>팀은 이윤석, 신봉선, 은지원과 함께 '멘트 하려는 후배에게 자르라고 해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박명수 옆에 두고 착한 척 한다' 등 이경규와 강호동, 유재석을 향해 멘트를 날리며 분위기를 돋웠다.
또한 <해피투게터> 팀은 '2009 KBS 이런 일이'를 사우나 토크형식으로 되짚어 보는 등 모두 한 마음 한뜻으로 무대를 준비했다.
무관한 이경규와 유재석의 진정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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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을 받지 못했지만 시상식에 MC와 후보로 참석해 선배와 후배, 동료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해준 이경규와 유재석. ⓒ kbs
▲ 상을 받지 못했지만 시상식에 MC와 후보로 참석해 선배와 후배, 동료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해준 이경규와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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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BS <연예대상>이 진정으로 빛이 난 것은 수상하지 않았지만 축제에 참여해 기쁨을 함께 했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바로 무관이었지만 빛난 이경규와 유재석이다. 연말 시상식은 나눠주기라는 것은 모두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영화 <여배우들>에서 윤여정은 "연말 시상식 그거 다 짜고 치는 거야, 별다른 의미 없어!"라고 내뱉겠는가. 그래서 연말 시상식에는 대부분 수상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예 참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처럼 돼버린 지 오래다.
그럼에도 이경규와 유재석은 시상식에 참여해 진정한 예능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이경규는 처음으로 KBS에서 MC로 나서 수상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특히 대상을 수상한 강호동은 이경규의 '손'에 트로피를 안기며 "15년 전 저를 발탁해 이 자리에 올려 주셨던 이경규 선배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내가 못 뜨면 자신도 옷을 벗겠다고 말씀해 주신 진정한 스승님, 당신이 진정한 연예대상의 주인공이십니다" 라고 말해 이경규가 진정한 승자임을 증명해주었다.
또 유재석도 이번 시상식에서 수상하지 않았지만 경쟁자 강호동에게 박수를 보내며 진정한 예능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전현무 아나운서의 대상 관련 소감에 유재석은 "명수 형, 집 가깝잖아. 어서 와. 여기 재밌어"라고 답하며 곤란한 질문을 피해갔다. 하지만 이 멘트로서 자신이 수상하지 않았지만 선배와 후배, 동료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준 점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실, 연말 시상식에 수상자를 제외하면 후보들이 참석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난을 듣기도 한 만큼 이경규와 유재석의 참석은 의미가 깊다. 이처럼 이번 KBS <연예대상>은 보기 드물게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앞으로 있을 연말 시상식도 KBS <연예대상>처럼 시상식장이 아닌 한 해를 정리하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
2009.12.28 11:29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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