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넘긴 대포통장 돈 인출시도 "절도죄 아냐"

대법원, 돈 인출하려다 붙잡힌 20대 절도미수 혐의 무죄 판결

등록 2009.12.25 15:58수정 2009.12.2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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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명의의 통장을 만든 뒤 타인에게 돈을 받고 판매한 속칭 '대포통장'에 거액의 돈이 입금된 사실을 알고, 그 돈을 찾으려했어도 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K(26)씨는 지난 1월 인터넷 자동차 사이트 게시판에 '통장을 팝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통장을 개설한 후, K씨의 광고를 보고 통장을 구매 요청한 A씨에게 10만 원을 받고 통장과 비밀번호를 넘겨줬다. 이후 K씨는 한 달 동안 이 같은 방법으로 소위 '대포통장'을 18개 팔았다.

그런데 K씨는 지난 2월28일 자신이 판매한 통장에 J씨 명의로 3000만 원이 입금된 사실을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를 통해 알게 되자, 즉시 그 통장에 대해 분실신고를 해 통장거래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며칠 뒤 K씨는 정지시킨 통장을 재발급 받아 3000만 원을 출금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부정계좌등록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혀 절도미수,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인 광주지법 형사7단독 박은영 판사는 지난 5월 K씨의 3000만 원을 인출하려던 절도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대포통장을 판매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위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5월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은 자신이 양도하는 예금통장과 현금카드 등이 각종 범죄에 악용될 것을 능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다시 누범기간 중에 또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했다"고 실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검사가 "3000만 원을 찾으려 한 피고인의 행위는 절취행위에 해당되므로, 무죄로 인정한 원심은 잘못"이라며 항소했으나,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이준상 부장판사)는 지난 8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통장의 개설한 명의인으로서 그 계좌로 송금된 돈을 인출하기 위해 통장분실 신고를 한 다음 분실통장재신고서를 작성해 은행에 제출한 행위는 은행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어 절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경우 예금청구인 K씨가 예금통장 명의자로서 본래부터 정당한 권리자이기 때문에 돈을 찾으려는 행위가 은행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도 K씨의 절도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다만 대포통장을 판매한 혐의는 원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발급받아 제3자에게 건네 준 속칭 '대포통장'의 명의인인 K씨가 그 계좌로 송금돼 온 돈을 인출하기 위해 통장 분실신고를 해 계좌거래를 정지시킨 다음, 그 통장을 재발급 받는 방법으로 돈을 인출하려 한 시도는 자신의 명의로 된 은행계좌를 이용한 것이어서, 애초 예금계좌를 개설한 은행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어 절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절도죄 #대포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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