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몇일 앞둔 22일 오후 용산철거민참사 현장인 용산구 한강로 남일당 건물 1층 합동분향소에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남일당 건물과 농성천막 모형이 정성스럽게 포장된 채 놓여 있다.
권우성
윤용헌씨 부인 유영숙씨는 이날 남일당 빈소에 앉아 영정을 바라보며 "애들 아빠가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너무 보고 싶다"고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다. 지난 11일 생일을 맞은 그에게는 이번 달이 더욱 끔찍했다.
윤용헌씨는 해마다 아내 생일에 직접 미역국을 끓이는 자상한 남편이었다. 2년 전 식당이 철거된 날은 마침 유씨의 생일이었다. 그 경황없는 와중에도 윤용헌씨는 "아침에 못 해줘서 미안하다"면서 저녁 식사로 미역국을 차렸다.
다른 유가족들의 심경도 "억울하고 허전하고 슬프고 외로운" 마음이었다. 이날 오후 삼호복집에 모여있던 권명숙씨, 전재숙(고 이상림씨 부인)씨, 김영덕(고 양회성씨 부인)씨는 "연말이라서 그런지 오늘따라 울적하다"면서 인터뷰도 힘겨워 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오래오래 싸우겠다는 뜻이다. 문규현 신부가 심장마비로 쓰러진 날의 결심이다. 목숨을 내걸고 함께 싸우는 신부님들을 생각하면 서둘러 사태를 해결하려는 생각도 욕심이라는 생각에서다.
정부와의 협상에 대해서도 "정치 쇼 하면서 괜히 가족들 마음 흔들지 말라"면서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특히 지난 10월 협상 과정에서 받은 상처가 컸다. 청문회 과정에서 용산 참사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던 정운찬 총리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말라"면서 실망을 나타냈다.
당시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해 정 총리와 악수까지 나눈 권명숙씨는 "정부가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협상을 받아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우리가 지쳐떨어질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오기가 생겨서 못 그만 둔다"면서 "용산참사 해결하지 못하면 내년엔 서울시 선거에서 낙선운동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