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애호가 1000만 시대 한국사진의 긍정 혹은 부정적 풍경

2010 한국사진의 새로운 쟁점

등록 2009.12.23 16:08수정 2009.12.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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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다시피 현재 한국사진은 새로운 사회문화적인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외 작가들의 크고 작은 전시회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공적인 자금이 투입된 국제성을 표방한 대규모 사진행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수익성을 추구하는 대규모 사진전시회도 많이 기획되어 투자회사의 자금도 투입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새로운 미디어 환경으로 인하여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언론사들의 수익사업으로 해외 작가들의 사진전시를 기획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 중에 하나이다. 그 외에도 국내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 페어(Art fair)에서도 수적으로 사진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사진의 시대를 반영하는 현상들이다.


지난 12월 21일에 대구엑스코에서 '2009 대구사진심포지움'이 -도시문화 경쟁시대, 정책과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방향성-이라는 주제 하에 개최되었다. 발제자와 질의자로서는 사진비평가, 사진학과 교수, 문화예술 경영전문가, 언론사 문화부 부장 등 대구사진비엔날레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인사들이 참여하였다. 그리고 대구사진비엔날레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사진계 인사들이 방청객으로 참석하여 진지하고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심포지움이 진행되었다.

발제자 중에서 한국사진문화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평론가 최봉림 선생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비평적인 태도로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성과와 문제점에 대해서  꼼꼼하고 치밀하게 지적하였다. 그에 반해서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의 대구사진의 방향성'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중앙대학교 이용환 교수와 '동강국제사진제와 영월의 문화 관광 정책'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영수 동강사진마을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지나치게 구호적이거나 표피적으로 단순하게 대안을 제시하여 여러 가지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중에서 이용환 교수는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사진적 가치 존중, 대구사진사 전시와 아카이브센터 건립, 흑자 전시회를 위한 대책을 언급하였는데, 동시대 사진문화의 현실과 사진비엔날레의 성격과 의미에 부합되는 대안이라기보다는 즉흥적이고 비논리적인 대안으로 느껴졌다. 이 교수는 사진적 가치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대구사진엔날레가 기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사진은 매체예술이므로 기술의 발달과 매체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기본적인 개념과 미학도 변화되어 왔다.

그러므로 이 교수의 주장대로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의 방향성과 주제와 단순 비교하여 모더니즘적인 사고의 산물인 사진의 사실성에 입각한 주제를 선택하여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정체성과 목표를 삼자는 이야기는 사진의 매체적인 특성에 대한 이해력 부족과 현대사진의 최전선을 보여주어야 하는 사진비엔날레의 기본적인 개념을 망각한 것에서 비롯되었거나 공적인 행사인 대구사진비엔날레를 특정한 이해 집단이나 계보의 이익을 추구하기 목적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오해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히 있는 주장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발제자인 김영수 동강사진마을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대구사진비엔날레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성격이 분명히 다른 '동강국제사진제'와 단순 비교하면서 그 행사를 마치 성공사례인 것처럼 포장하면서 자신의 체험을 소개하였는데 무엇인가 심각한 착각과 오해에서 출발한 언행이라고 여겨진다.


필자와 여러 사진계 인사들이 지난 여름에 현장에서 직, 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겪은 동강국제사진제는 지역주민이나 대중들과는 유리된 행사를 행사 그 자체였는데, 지나치게 아전인수 격으로 자신들의 행사를 바라보고 분석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행사 전체가 경제적이고 실용적면에서만 계획되고 준비되어 수치적이고 보여지는 것에서만 치중하는 행사로 판단되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번에 대구에서 개최된 '2009 대구사진심포지움'은 성숙되지 못한 한국 사진의 현실을 반영하는 여러 상황 중에 하나를 보여준 것으로 읽혀진다.

이제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듯이 사진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사회문화적인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전문적인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점점 더 애매모호해지고 있고,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보이기까지 한다. 특히 한국사진문화는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이 일반화됨으로 인하여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인 현실을 반영하여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수익성이 목적인 대규모 사진전시회도 많이 개최되고 있다. 그에 반해서 동강국제사진제,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대구사진비엔날레와 같이 사진문화와 문화예술의 발전과 성숙이 목적인 공적 성격을 가진 대규모 사진전시회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문화적인 현실 속에서 대규모 사진전시회가 제대로 자리매김하려면 행사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행사의 성격과 목적을 분명하게 설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행사의 명칭이 정해져야하고, 행사를 준비하면서 정체성을 확립해나가야만 성공적인 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현재 한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대규모 사진전시회들을 분석해보면  기획단계에서부터 문화적인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을 바탕으로 분명하게 방향성을 정립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에 하나가 대구사진비엔날레이다. 행사 명칭을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학문적인 관점이 아니라, 구호 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관점에서 2년마다 한번 씩 현대미술의 최근경향을 보여주기 위해서 개최되는 국제적인 미술행사를 지칭하는 '비엔날레'라는 명칭을 사진이라는 단일매체에 한정해서 개최되는 대규모전시회에 부여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이제부터라도 당대의문화적인 현실을 고려한 고민을 하여 행사의 정체성과 성격을 정해야 좀 더 성숙되고 발전하는 국제적인 사진행사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이 행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개최되고 있는 공적인 사진행사에 모두 적용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진은 공적인 대규모 사진행사의 운영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교육에 치우친 사진학과 교육과정,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사진예술제도, 대중들의 편향된 사진에 대한 관심, 미술시장에서의 미미한 사진의 비중, 층이 얇은 작가군, 수요에 비해서 부족한 전문적인 기획인력 등 여러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쌓여 있다. 이러한 현실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진의 사회적인 위상이 좀 더 높아져야하고 여러 한국사진의 주체들이 개인적인 이익에만 치중하지 말고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국사진문화의 발전과 성숙을 위해서 다각도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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