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과 선덕여왕 비교한 엄기영이 옳다

등록 2009.12.23 15:39수정 2009.12.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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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엄태웅, 김남길, 유승호, 정웅인, 김정현 등 주요 배역의 연기자들이 빠진 MBC <선덕여왕> 종방연. 주요 배역을 맡았던 인물 가운데 이요원, 전노민 등만 참여해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지만, 하나 건질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엄기영 사장의 말. 그의 말은 의미가 있었다. 다른 사안에 대한 발언은 모르겠지만, 엄기영 사장이 4대강과 드라마 <선덕여왕>을 비교한 발언은 맞다. 그런 면에서 그날의 스타는 엄기영이었다.

엄기영 MBC 사장은 22일 <선덕여왕> 종방연에 참석해 다음과 같은 맥락의 말을 했다. "<선덕여왕>은 많은 국민들에게 힘을 주었고, 그 같은 힘은 4대강 예산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분명 <선덕여왕>은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었다. 여기에서 힘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선덕여왕>이 높은 시청률도 그렇지만, 내용면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역사적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미점을 남겨주었고 그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으로 작용했다.

적어도 시청자와 국민들에게 좋은 결과를 낳았고, 그것은 많은 생산 효과를 유발했다. 경주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일본 등지에 수출되었으며, 관련 출판물의 판매도 급증했다. 무엇보다 8개월 동안 <선덕여왕>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었고, 그 가운데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게 만들었다. 꿈과 희망을 주고 즐거움을 누리게 하면서 생산의 효과까지 낳았으니, 무모하게 강을 파헤치는 데 소중한 국민의 혈세를 쓰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월요일과 화요일이면 남성들까지도 술자리를 피하고 이 드라마를 보러 집에 밤 10시 전에 들어갔고,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같이 보지는 않아도 이 드라마를 통해 남녀노소가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는 드라마 <아이리스>보다 나았다. 역사에 대한 논란조차도 우리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8개월 동안 4대강 사업은 수없는 스트레스를 주었고, 국민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공사를 강행했다. 그것에서 꿈과 희망은커녕 국민들은 그 무모함에 분노하고 치를 떨어야 했다. 수없는 예산을 없애며 국민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자연에게는 파괴라는 재앙을 내리는 4대강 사업은 결국 생산효과보다는 소모와 파괴의 재앙을 내리며 그 잇속은 일부의 소수들이 챙기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는 사실에 국민들의 억장은 무너져갔다.

4대강 사업은 21세기 문화의 시대에도 맞지 않는다. 4대강 사업에 들어갈 돈이 있다면, 차라리 <선덕여왕>과 같은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나은 것이다. 드라마 한편이 해내는 것은 감히 토건시대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4대강 사업 강행의 긍정적 역할이 있다면, 문화대통령을 자임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주는 데 건설적이었을 뿐이다. 

분명한 것은 차라리 4대강사업 예산으로 수백편의 드라마를 만들어 국민에게는 즐거움과 위안거리를 주는 게 낫다는 점이었다. 더구나 해외에 수출해서 한류에도 크게 이바지 할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무엇을 수출할 것인가. 꼭 드라마가 아니어도 된다. 영화일 수도, 연극, 출판일 수도 있다. 문화콘텐츠가 아니어도 된다. 다른 공공적 정책이어도 된다. 국민에게 행복과 꿈, 즐거움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예산 효율성 측면에서 타당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린 글.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린 글.
#선덕여왕 종방연 #엄기영 4대강 발언 #이요원 #고현정 #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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