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의 버릇 없는 행동과 말투는 이 땅위에 살아가는 부모들이 풀어야 할 숙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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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아이들이 배울까 걱정해서 해리의 '빵꾸똥꾸'를 금지하려 한다면 우선적으로 해리의 캐릭터를 이해해야 한다. 해리가 부르짖은 '빵꾸똥꾸'는 사랑을 갈구하는 외로움의 또 다른 표현이다.
사실 초등학교 1학년인 일곱 살짜리 아이가 '나 요즘 너무 외로워!'라고 울부짖는다면 그것 또한 화들짝 놀랄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다. 외롭다는 말을 모르는 해리가 대신 자신의 외로움을 표현하는 단어가 바로 '빵꾸똥꾸'다.
그렇다면, 해리는 왜 외로운가? 관심 없는 어른들 때문이다. 성적에만 관심 있는 엄마 현경, 자상하지만 무언가 부족한 아빠 보석, 하나 밖에 없는 남매지만 나 몰라라 하는 오빠 준혁이. 자신의 연애만 관심 있는 할아버지 순재와 더불어 모든 가족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삼촌 지훈까지.
해리와 놀아주고, 해리를 다독여주고, 해리에게 자상하게 가르치는 이는 없다. 단지, 악을 쓰고 버릇없게 행동하면 날아오는 것은 현경이 머리를 쥐어박거나 때리는 정도이다. 아빠 보석도 버릇없게 굴고 '빵꾸똥꾸'를 쓰는 해리에게 '빵꾸똥꾸'라는 말을 안 쓰는 대신 인형을 사주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헌데 왜 '빵꾸똥꾸'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그저 쓰지 말라 이야기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결국 해리의 이러한 모습은 어른들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도 그렇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는 요즘, 아이들을 보듬거나 가르칠 만한 여유가 없다. 더욱이 오바마가 칭찬한 학구열 덕분에 그러한 일상생활 속의 잘못된 습관을 가르칠 만한 시간이 아이들에게도 없다. 유치원생도 영어와 피아노, 태권도, 미술 등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 속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해리의 '빵꾸똥꾸'를 위원회가 제지하는 것은 왜 쓰면 안 되는지를 말하지 않는 해리의 엄마, 아빠와 같은 모습이다. 오히려 극중에서 변화하는 해리의 모습을 지켜봄으로써 어른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 설명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 아이들이 배울까 무서워하기 보다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넓게는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오히려 해리의 '빵꾸똥꾸'는 우리에게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막장드라마의 사이코 불륜은 어찌 할거요그럼, 이제 위원회가 제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지금 '빵꾸똥꾸'의 금지령은 KBS의 막말 발언 퇴치와 같은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막장 드라마가 유행하는 대한민국 방송가의 현주소를 생각한다면 더욱이 이번 권고조치는 기준이 없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다.
현재 <천사의 유혹>을 비롯해 <멈출 수 없어>와 <망설이지마> 등 방송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드라마 소재는 불륜, 복수극 등 자극적이다 못해 극단적인 드라마들이 많다. 그뿐인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사생활 폭로를 빌미로 웃음을 유발하고, 자신들끼리 비속어를 사용하며 농담을 일삼는 모습은 왜 제지를 하지 않는 것인가?
설상 그러한 부분들을 모두 제지하려고 들면 방송국은 방송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른다. 혹은 애국가를 시작으로 다큐멘터리, 시사프로, 교양프로그램과 뉴스 등으로 방송시간을 메워야 할지도 모른다. 유독 아이들의 정서를 생각해 '빵꾸똥꾸'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특정 방송사에 대한 횡포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오히려 어떠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위원회에서 일괄적으로 제제를 한다면 어느 정도의 신뢰도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기준을 제시한다 해도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취지 등을 살펴보지 않고 단편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주먹구구식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위원회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정확한 것은 '빵꾸똥꾸'를 제재한다 해서 아이들이 안 좋은 것을 배우는 것도, 빵꾸똥꾸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미 '빵꾸똥꾸'의 진정한 의미를 시청자들은 알고 있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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