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추돌 사고 낸 앞차에 후발 사고 예방 책임

대법원, 후발 사고 운전자에 전적인 책임 지운 원심 판결 파기환송

등록 2009.12.22 13:36수정 2009.12.2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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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추돌 사고에서 최초 사고를 낸 운전자가 후방에 뒤따르던 차량들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조치를 다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발생한 추가 사고에도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리운전기사 A씨는 2005년 8월 고객을 태우고 경부고속도로 2차로를 기흥방면에서 안성방면으로 주행하던 중 핸들을 놓쳐 차량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후 뒤따라오던 차량 2~3대와 충돌하는 1차 사고를 냈다.

 

마침 사고현장을 지나던 B씨는 구조요청을 받자 전방 우측 갓길에 차량을 세운 후 사고신고 등을 도와줬다.

 

C씨는 이 사고로 인해 2, 3차로를 점유하고 있는 사고 차량들을 뒤늦게 발견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4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다가 마침 4차로를 진행하던 차량의 측면부위를 들이받고, 계속해 우측 갓길에 정차 중이던 B씨의 차량을 들이받아 B씨 차량 뒷좌석에 타고 있던 L씨에게 외상성 뇌지주막하 출혈 등의 상해를 입히는 2차 사고를 냈다.

 

2차 사고는 낸 C씨 차량 보험사인 H화재보험사는 피해자 L씨에게 손해배상금으로 6억 2355만원을 지급한 뒤 "A씨가 1차 사고 후 고속도로상에서 후발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2차 사고를 유발한 과실이 있다"며 대리운전기사 A씨와 사고 차량이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 1심과 항소심 "최초 사고와 후발사고 사이에 인과관계에 따른 과실 없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32단독 김현정 판사는 H화재보험이 1차 사고 차량 보험사인 D해상보험과 대리운전기사 A씨가 가입한 H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1차 사고를 낸 A씨가 후방에 안전장치(삼각대, 섬광신호) 등을 설치하지 않은 잘못이 있더라도, 사고 당시 날씨가 맑아 시야에 별다른 장애요인이 없었던 점, B씨는 사고와 무관하게 사고현장을 지나가다가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갓길에 정차한 점, L씨는 C씨 차량의 충격으로 상해를 입은 것이지 1차 사고로 피해를 입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2차 사고는 C씨가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전방주시를 제대로 했다면 피할 수 있었다"며 "결국 1차 사고를 낸 운전자는 C씨에 의해 다친 L씨의 상해에 대해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과실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H화재보험이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17민사부(재판장 곽종훈 부장판사)는 지난 7월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2차 사고가 1차 사고 발생 후 불과 3분 만에 발생했고, 사고로 옷에 피가 많이 묻을 정도로 부상을 입은 A씨의 형편으로 볼 때 A씨에게 후방에 삼각대 표시를 세워놓거나 사람을 배치해 수신호를 하게 하는 등 안전의무 조치를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C씨는 1차 사고 발생 후 3분이 지나 사고 지점에 도달했으므로 2차 사고 발생을 피할 수 있는 시간적 간격이 있었고, 사고 차량들이 등이 켜져 있었고 시야에도 큰 장애가 없었음에도 B씨와 달리 2차 사고를 낸 점 등에 비춰 2차 사고가 1차 사고를 낸 A씨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불가피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A씨에게 1차 사고 직후 후발사고 발생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더라도, 2차 사고는 전방을 잘 살피지 않은 C씨의 과실로 인한 것일 뿐. A씨의 안전조치의무 위반과 2차 사고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 "사고 후 안전조치의무 해태했다면 사고 차량은 불법정차"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연쇄 사고 차량을 발견 못해 추가 사고를 낸 C씨의 보험사가 최초 사고를 낸 차량의 보험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차 사고 운전자인 A씨는 사고 직후 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고장 등 경우의 표시'를 설치하는 안전조치의무를 해태했으므로 A씨의 정차는 불법 정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A씨는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후행 차량들이 2차 사고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결국 A씨의 불법 정차와 C씨의 2차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A씨의 불법 정차와 C씨의 2차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고, 2차 사고 발생은 오로지 후행 차량 운전자인 C씨의 전적인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09.12.22 13:36ⓒ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연쇄추돌 사고 #앞차 #구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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