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관절이 원수인가, 친구인가

등록 2009.12.21 09:17수정 2009.12.2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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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이 되면서 제일 친한 남자 친구는 내 곁을 떠나고 옆구리 냉한바람 스친다. 남친 떠난 후 외로움을 달려주려고 의무적으로 다정하게 찾아와준 친구는 무릎 관절. 원수인가 친구인가. 싸워야 할지 서방처럼 위해야 할지 밤마다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동갑 모임에서 순이, 의순, 현호, 영자, 금이가 모여서 따끈한 동태찌개를 놓고 참이슬 한 잔 기울이면서 서로의 고통스러운 얘기를 했다. 잠 안 오는 밤을 새면서 찾아온 무릎 관절, 어깨 통증을 친구로 안아서 달래야 하는지, 망치로 치고 진통제로 기절시켜 죽였다 살려야 하는지.

 

관절을 몹쓸 돌림병 취급하면서 "평생 원수" 푸념을 와글와글 널어놓았다. 한편으론 젊어서 너무 부려먹어 관절도 화가 난 것이니 잘 달래면서 죽는 날까지 같이 동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체중은 뚱보. 감량 때문에 아침에 걷기운동을 하는데 무릎관절로 옮기는 발자국마다 아픔을 묻어난다. 온 몸에 신경이 곤두서지만 친한 사람,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조금이라도 안 아픈 척, 온 전신을 휘젓는 내 몸은 머리에서 쥐가 난다.

 

아침운동 나온 사람은 2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다. 물론 죽는 것이 서러워서 나온 사람은 별로 없다. 죽는 날까지 화장실 출입이라도 제대로 하려고 아침 단잠을 못 자고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젊어서 바쁜 일 때문에 아이들 집에 두고 바쁘게 뛸 적에는 다람쥐처럼 빠르고 몸도 문창호지처럼 가볍더니 나이가 드니 체중도 늘고, 과체지방 때문에 찾아온 관절도 원수같다. 다리가 아프니 불어아는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어서 비대해진 체지방도 모두가 원수다.

 

젊고 아이들 공부시키고 돈 벌 적엔 백 원을 보고 십리를 단숨에 달려갔는데 요즘은 심리 밖에서 돈 가져가라고 해도 갈까 말까. 그놈의 다리 때문에 갈 수가 있어야지 하면서 그저 무릎관절 탓만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나은가, 귀신같이 살아도 사는 게 나은가. 죽음은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하더니. 

 

많은 관절환자를 만나 토론을 하면 수술은 하지 말고 진통제 먹고 참아야 한다는 친구 등 모두 의견이 분분하다. 음식 문화가 잘 되고부터 죽는 나이는 연장되었지만, 만성 관절 고치지 못하고 진통제로 임시 생명을 연장하는 것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 정형외과에서는 진통만 가라앉혀서 날짜와 세월만 보낸다. 방법은 수술이라 하고 병원에 주사와 약은 임시변통이라고 하니, 사는 것도 무리고 관절염 참는 것도 무리다.

 

지속적인 관절 부위의 무리한 사용을 참고 진통제로 연장하면서 세월만 보내야 하나? 과체중으로 인한 관절과 연골의 압박을 살빼기로 해결해야 하나 생각 중이다. 근육과 뼈에 부족한 영양 공급과 골다공증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는 걸 볼 적에 어느 것이 정답인가 알 수가 없다.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살 빼라고 하지만 모두가 내 맘대로 안 된다. 수니가 병원에서 관절 수술을 하고 아프다고 한다. 관절이 몹쓸 돌림병처럼 진저리를 내고 관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고 했다.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 습관 때문이라고 하지만 병이 없을 적에 누가 앞으로 병 날까봐 조심하나. 생각도 못 한 일이 칠십 넘어 노화가 되면서 퇴행성 변화 관절, 당뇨, 고혈압, 무릎관절 친구나 나도 모르게 찾아왔다. 이 무슨 원수인가.

2009.12.21 09:17ⓒ 2009 OhmyNews
#보문동 사정입구에 태능갈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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