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불광천에 찾아온 오리들이 추위에도 아랑곳 없이 힘차게 날개짓을 하고 있는걸보니 좀 춥다고 움츠리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김종성
후회와 결심이 변덕스럽게 교차하는 겨울 한강행 다른 계절같았으면 간편한 운동복을 입고 애마와 함께 바로 집을 나섰을 텐데, 한낮인데도 기온이 영하 6도 체감온도는 영하 10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각종 보온옷들이 총출동합니다. 두겹의 양말과 장갑은 기본이고 얇은 레깅스에 발토시까지 하고, 버프라고 하는 두건으로 목과 얼굴을 감싸고, 머리엔 멋진 헬맷대신 보통 벙거지 모자라고 불리는 것까지 눌러쓰고..날씨가 날씨인지라 몸의 보온을 위해 자전거족의 멋과 맵시를 잠시 유보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 한강으로 가기 위한 관문이자 한강의 어린동생뻘인 불광천을 따라 달립니다. 정말 날씨는 매섭게 추워서 얼굴을 가린 버프속으로도 차가운 공기가 들어와 페달를 밟으면서 가쁜 숨을 쉬면 순식간에 안경에 뿌연 김이 서립니다. 저 위 한강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두겹의 양말과 장갑도 소용없이 손발이 시립니다. 집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후회가 밀려 옵니다. 하지만 겨울철의 달리기나 등산처럼 자전거도 처음엔 좀 힘들지만 참고 나아가면 곧 몸에서 열이나고 추위에 적응이 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꾹 참고 페달을 열심히 밟습니다.
겨울이 되니 불광천까지 찾아온 많은 오리들이 응원을 하듯 꽥꽥 소리를 내며 날갯짓을 합니다. 저 오리들은 저처럼 각종 보온옷들을 안 입고도 저렇게 잘들 노는데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엄살을 핀 제가 부끄러워져 페달을 더욱 힘차게 밟으며 한강을 향해 달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