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의뢰한 건기연의 '건설기계 수급계획 수립 연구' 용역 보고서.
오마이뉴스
국토해양부는 이러한 시범사업을 위해 2차 회의 개최 9개월 전인 지난해 9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에 '건설기계 수급계획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에 따라 건기연은 '건설기계 기종별 향후 5년간(2009~2013년) 등록대수 예측'까지 분석한 결과를 같은 해 12월 내놓았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1월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주도하는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건기산협)도 건기연에 '굴삭기 등록실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이는 정부의 굴삭기 수급조절 실시에 대비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연구용역 결과는 2차 회의가 열리기 전인 지난 3월에 나왔다.
국토해양부는 자신들이 발주한 건기연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6월 2차 회의를 열고 굴삭기·덤프트럭·믹서트럭·펌프트럭의 수급조절 실시 여부를 논의했다. 하지만 건기산협과 지식경제부측 심의위원들이 건기연의 또 다른 연구용역 결과를 근거로 굴삭기·펌프트럭의 수급조절 실시 방안을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결국 믹서트럭·덤프트럭 2개 기종만 향후 2년간 신규등록을 제한하기(수급조절)로 결정했다.
국책연구기관, 특정 대기업에 4대강 특수 안겨주려 '맞춤형 연구용역' 굴삭기·펌프트럭의 수급조절 실시를 무산시킨 '무기'는 건기산협이 건기연에 의뢰한 '굴삭기 등록실태 조사 연구' 용역 결과였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에서 수차례 보도한 것처럼, 이 연구용역 결과는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핵심적인 문제점은 건기연이 굴삭기 등록대수를 의도적으로 잘못 추정한 것이다. 건기연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51대가 감소했고, 2007년 말 현재 굴삭기 등록대수는 7만6914대라고 밝혔다.
이는 건기연이 국토해양부에서 의뢰한 연구용역에 적용한 굴삭기 등록대수와도 전혀 다른 결과다. 건기산협 연구용역에서는 7만6914대라고 추정했던 건기연이 국토해양부 연구용역에서는 10만7860대라고 기술한 것.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같은 책임연구원이 연구용역을 진행했음에도 3만여 대의 등록대수 차이가 발생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국토해양부의 최종 검증 결과에서도 2007년 말 현재 굴삭기 등록대수는 10만5160대로 나타났다.
건기연은 왜 '연구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은 것일까? 여기에는 굴삭기 등 건설기계를 제작하는 대기업들의 이해관계가 깊숙하게 개입돼 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건기산협에서 의뢰한 건기연의 연구용역 결과를 따르자면, 국토해양부의 판단과 달리 국내 굴삭기 공급은 '과잉상태'가 아니다. 그리고 과잉공급상태가 아니라면 '4대강 굴삭기 특수'는 고스란히 대기업에 돌아갈 수 있다.
국토해양부의 판단대로 굴삭기가 공급과잉상태라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추진되는 몇 년간은 굴삭기 신규등록을 할 수 없다. 그에 따라 현대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등 대기업은 4대강 특수를 '충분히' 누릴 수 없다.
국회 국토해양위의 한 관계자도 "굴삭기가 수급조절 품목에 포함되면 신규 굴삭기를 사더라도 등록을 할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굴삭기를 생산하는 대기업은 굴삭기를 팔아먹을 수 없기 때문에 '4대강 특수'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건기연은 특정 대기업에 4대강 특수를 안겨주기 위해 '맞춤형 연구용역'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