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무대인 현부자네 집과 조정래길. 태백산맥문학관 바로 옆에 있다.
이돈삼
벌교가 소설의 실제 무대인 만큼 소설 속 배경도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문학관 바로 옆에 소설의 주무대가 되는 현부자네 집이 있다. 소설 1권이 시작되는 장소로, 조직의 밀명을 받은 술도가의 아들 정하섭이 무당 소화를 찾아왔다가 숨어 지내던 곳이다. 둘의 애틋하고 가슴 시린 운명 같은 사랑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밀물 때 올라온 바닷물이 피바다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소화다리(부용교)와 무지개형의 돌다리인 횡갯다리(홍교)도 있다. 이 두 다리는 여순사건 당시 좌익과 우익이 서로를 즉결 처형을 단행했던 곳이다.
소설에서 우익인 '쌍칼' 염상구를 가장 인상적으로 부각시켜 준 게 철다리다. 해방 전 일본 선원을 찔러 죽이고, 이후 장터거리의 오야붕 쟁탈전에서 기차가 다가올 때 누가 오래 버티나 내기를 했던 그 철길이다. 철다리는 벌교역에서 현부자네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이밖에도 고택 김범우의 집과 중도방죽, 남도여관, 회정리교회, 벌교역, 금융조합 등도 있다. 작품의 구절을 떠올리며 현장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범우, 염상진, 염상구, 서민영, 외서댁, 그리고 소화의 꿈과 절망, 사랑과 투쟁, 죽음 등 가파른 인생사가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소설 속 분위기도 온몸으로 느껴지면서 그것을 읽을 때의 감동이 다시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