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조은미
김정헌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 유인촌 장관으로부터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기관장"으로 지목돼 사퇴 압박을 받다가 지난 2008년 12월 해임된 바 있다. 당시 김정헌 전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정 투쟁을 통해서라도 문화부의 부조리한 처사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가처분 신청 없이 곧바로 해임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1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해임 취소' 결정을 받아낸 것이다. 이로써 유인촌 장관이 총대를 맨 공공기관장의 '물갈이' 시도는 법률적 정당성에서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해임 소송에서 '무효'와 '취소' 결정은 모두 법률행위에 있어 위법성이 인정되지만 그 경중의 차이에 따라 판단이 나뉜다. '무효'와 '취소' 모두 법률적 효력이 동일할 뿐 아니라, '해임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는 사실은 확인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판결 직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인촌 장관에 의해 많은 기관장이 자진 사표를 냈는데, 나는 '왜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상황에서 사표를 내느냐. 그럼, 당신 스스로 법을 어긴 것 아니냐'며 끝까지 버텼다"며 "그러자 감사도 아니고 특별조사를 나와서 몇 가지 사유를 만들어 해임을 시키더라. 누가 보더라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고 해임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정권이 처음 들어서면서 '법대로 하겠다'고 해놓고, 너무나 자의적으로 자기들에게 법을 맞춰서, 거의 거짓말 수준에 해당하는 얘기로 기관장들을 물러나게 했다"며 "새 정권이 들어섰다고, 그렇게 무리하게 억지로 하면 결국 정권 자체도 손해를 보는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옆에서 국민들이 다 관전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일사분란하게 다 내보내고, 잘라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어쩔 수 없이 사표를 낸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기관장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앞서 김정헌 전 위원장은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소송 2건에 대해서도 이미 승소했다. 김정헌 전 위원장이 해임 무효 소송을 제기하자, 예술위원회는 김 전 위원장을 상대로 예술위원회 기금 손실분 40여억 원에 대한 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3부는 지난 8월 예술위원회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판결, 김 전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문화부는 또 김 전 위원장을 해임하면서 지난해 12월 중순 예술위원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던 박명학씨도 급작스럽게 해임했다. 이에 대해 박씨도 해임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2부는 "박명학의 해임 역시 아무런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현 정권의 어처구니없는 처사 3건이 법원을 통해서 심판을 받았다"며 "내 개인적인 소회보다는 세상이 아수라장이 돼 가고, 현 정권에 의해 사회가 엉터리로 굴러가는 것에 대한 공적인 심판을 받았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백승헌 변호사는 "김정헌 전 위원장 사건이나,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 등은 현 정부 들어와서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 대해 문제를 삼았던 것인데, 그 과정이나 절차가 내용적으로 무리했다는 것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적법절차를 지켜야 할 의무는 모두에게 있지만 특히 정부 권력자들에게 강하게 요구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 결국 많은 문제를 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의 변호인단은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절차와 내용상으로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난 이번 사건에 대해 문화부와 예술위원회는 면피를 위하여 무용한 항소를 함으로써 그 동안 고통을 당한 김정헌 등에게 더 이상 피해를 야기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이번 판결대로 김정헌 등에게 박탈된 지위를 회복하여 그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부당한 해임 등으로 인하여 손상된 김정헌 등의 명예를 회복하라"고 요구했다.
"보복성 해임 잘못... 적절한 책임 물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