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사놓은 것이니까 놓아 보기는 하지만, 쥐덫으로 쥐를 잡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요즘의 쥐들은 어찌나 섬세한지,어떤 때는 먹이만 먹어치우기도 한다.
김수복
그런저런 이유 때문에 쥐약을 영 꺼려하는 나, 그렇다면 저놈의 쥐들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아, 마지막으로 해볼 만한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일명 토끼몰이 아니 쥐몰이. 그것은 아마 우리 선대들이 아주 정직하게 쥐를 잡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우선 창호지에 구멍을 뚫는다. 쥐 한 마리가 빠져나갈 정도의 크기면 된다. 그리고 한 사람이 밖에서 자루 하나를 구멍에 대고 기다린다. 다른 사람은 막대기를 들고 방 안의 세간을 투닥거리며 발로 차며 난리를 치고 다니면, 놀란 쥐가 튀어나와서 우왕좌왕하다가 구멍을 발견하고는 아 저기다 탈출구, 하고는 자루 속으로 쏙, 쏙 빠져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덤비는 것은 또 아니다. 쫓기던 쥐가 앞가슴이나 바짓가랑이 속으로 뛰어들기라도 하면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다. 저도 들어가고 싶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얼결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그곳은 안심할 수 있는 피난처가 아니라 오히려 불안과 공포가 넘실대는 소굴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녀석은 닥치는 대로 물어뜯게 되는데 이때 자칫하면 허벅지 안쪽 가장 연약한 부위를 물어뜯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양말이나 대님 같은 것으로 바짓가랑이는 철저하게 꼭꼭 단속을 하고 앞가슴도 철저하게 여민 채로 작업을 해야만 한다.
'야들야들' 쥐고기 구워주던 아버지아무튼 이렇게 해서 잡은 쥐를 고종사촌 형님과 아버지가 마주앉아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빼낸 다음 바라지에 걸어놓고 핏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숯불에 굽는데 그때의 냄새, 그 고기 냄새는 정말이지 입안에서 침이 돌 정도였다, 지금이야 물론 쥐고기 먹을래? 하면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내젓겠지만, 그때는 그 어떤 고기도 쥐고기 맛을 따르지 못한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렇다. 그 맛을 나는 기억한다. 뭐라고나 할까. 쫄깃하면서도 아주 부드러운 것이 멧돼지 목살과도 비슷하다. 쥐는 천성적으로 가만히 있지를 잘 못하는, 운동을 엄청나게 많이 하는 까닭에 육질이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아직 소년이었을 적에, 몇 살이었는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하여튼 어렸을 적에 고종사촌 형님과 아버지가 겨울 밤이면 가끔 쥐덫을 놓기도 하고 토끼몰이 하듯이 몰아서 잡기도 해서 밤이 깊도록 구워먹곤 했었다. 고기가 귀한 시절이기도 했지만, 직업군인이 되고자 했으나 외롭다고 하소연하는 어머니 때문에 제대를 결심하고 민간인 신분이 된 지도 얼마 안 된 아버지가 아마 군대에서 했던 쥐고기 요리를 당신의 조카에게 실증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호기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껍질을 벗긴 쥐의 모양은 장화홍련전에서 계모가 '저년이 애를 배어서 유산을 했다'고 주장하며 증거랍시고 내놓을 때의 핏덩어리와 항상 겹쳐서 떠오른다. 하여튼 그 시기 몇 해에 걸쳐 겨울 이슥한 밤이면 쥐고기 파티가 벌어지곤 했었다. 물론 어머니께서는 징그럽고 끔찍하다고 방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쥐고기 파티가 그 시절에 있었다는 것만은 어렴풋이나마 기억이 나는지 그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진저리를 친다.
"아이그, 징그러.""기억 나요? 그때 한 번이라도 그 쥐고기 맛 봤어요?""아이그, 몰러어.""그나저나 저놈의 쥐를 어떻게 잡지?""어디 무슨, 쥐 들어왔간디?""아니에요. 심심해서 그냥 해본 소리예요."나 한번 잡아보시지 그래? 간 큰 쥐새끼들